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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IPEF, 경제안보 시대의 새로운 기회

글로벌 통상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15년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협상하던 당시가 시장 개방 중심의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던 ‘FTA 시대’였다면, 지금은 보호무역주의와 산업정책이 부활하고 반도체, 배터리, 6G 등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패권이 중시되는 ‘경제안보 시대’다. 100여년 만에 인류를 덮친 팬데믹은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을 가속화하면서 수십년간 이루지 못한 우리의 사고와 일상을 급속하게 바꾸고 있다.

이런 ‘경제안보 시대’에 인·태(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치솟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인한 지각변동은 차치하고서라도 경제안보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 메모리칩의 70%가 한국, 일본, 대만 등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며 향후 세계경제성장의 3분의 2가 일어날 지역이다. 특히 아세안은 인구 절반이 30세 이하의 젊고 역동적 시장으로, 컴퓨터도 없는 젊은이들이 바로 휴대전화로 쇼핑을 클릭하며 전자상거래 비중이 2년 만에 250% 상승하며, 디지털경제로의 퀀텀점프(leapfrog)를 하고 있다.

이제 인·태 지역을 잡아야 미래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주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등도 앞다퉈 인·태 전략을 발표하는 등 인·태 지역은 이미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제안하며, 인·태 지역의 새로운 경제통상 프레임워크를 주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가 한·미 FTA를 통해 세계 최대, 최고의 미국 시장을 상대로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를 가졌듯이 이제 글로벌 경제의 미래, 인·태 지역에서 추진되는 IPEF는 우리나라에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10년 후 또 한 단계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첫째, IPEF를 통해 우리는 룰팔로워(rule-follower)가 아닌 ‘룰세터(rule-setter)’로 역할할 수 있다. IPEF는 시장 개방 중심의 과거 무역협정에서 벗어나 공급망·디지털·탈탄소화 등 실물경제에 초점을 둔 새로운 형태의 경제 프레임워크를 지향한다. 이는 대한민국 통상이 지향해왔던 ‘국부창출형 통상’과 부합하며, 통상정책과 실물경제가 융합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당신이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메뉴에 올라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경제·통상·기술의 질서가 새롭게 짜일 때는 초기부터 선제적·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미국과 아세안 등 역내 국가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우리의 위상과 국격에 맞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은 10위의 경제대국 한국과의 10년에 걸친 한·미 FTA 경험을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 추진에 큰 자산으로 여긴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신남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인도 및 아세안 국가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만큼 이를 레버리지 삼아 IPEF 논의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태 지역의 번영을 위해 IPEF가 개방적·포괄적·미래지향적·건설적인 프레임워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셋째, IPEF는 우리 기업들에 인·태 지역에서의 퍼스트무버로 큰 경제적·전략적 기회를 줄 것이다. IPEF지역은 우리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파트너국가며,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미국에서도 경제부처인 USTR와 상무부가 IPEF의 공동의장으로 나서는 만큼 우리도 우리 경제와 기업들의 전략적 이익극대화를 위해 민·관이 함께 원팀이 돼 추진해나갈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우리가 선택한 개방과 도전은 10년이 지나 한·미 동맹을 경제, 공급망, 기술동맹으로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IPEF를 통해 인·태 지역의 선도국으로서 또 한 번의 도전과 성취·성공의 역사를 쓸 ‘게임체인저’로 만들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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