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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당선인의 4·3 추념식 참석, 위로 넘어 화해로 이어지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만큼 의미가 크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인으로는 그가 처음이다. 그동안 보수 정권이 4·3 희생에 대한 추모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던 것은 자칫 남로당의 국가 전복 시도라는 발발 원인 자체까지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는 모습으로 비쳐질까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제주 4·3사건은 좌우 이념 대립에 기인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다. 좌익 무장대의 경찰지서 습격에 우익 청년단 및 군·경이 무차별적 진압에 나서면서 많은 민간인 희생자까지 생겨난 참극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공식 인정한 사례만도 1만4000명이 넘었으니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많을 게 분명하다. 당시 제주 인구의 10%가 희생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은 50년 넘게 흐른 지난 2000년 ‘4·3특별법’으로 물꼬가 트였다. 그리고 또다시 20여년이 지나서야 특별법 개정으로 국가가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실질적인 피해회복의 길이 열렸다. 이제 윤 당선인의 추모식 참석으로 진영의 경계까지 허물었으니 온전한 치유가 완성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물론 4·3사건에 대한 역사적 성격 규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든, 공권력의 폭압이든 민간인 참사의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원인과 이념보다 앞서야 할 것은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의 인정과 위로다. 그래야 상처가 치유되고 상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제대로 통찰했다. 그는 추념사를 통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면서 4·3사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당연한 일이다. 희생자 유가족도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보수 정권에 대한 우려와 불만도 한층 덜게 됐다.

전임 대통령들은 국가적 추모행사에 선별적으로 참석해 국민적 불만을 초래해왔다. 모든 희생자는 국가의 애도와 위로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의 제주 4·3추모식 참석은 고정관념과 틀을 깬 파격 이상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미래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는 정치적 역량이다. 일회성 행보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민통합의 길로 나가는 첫걸음과 첫 단추가 제주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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