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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우폴, ‘제2의 알레포’…러軍 시리아 때와 같은 전략 써”
민간인 겨냥 공격·필수 시설 파괴 등 전략 같아
러, 시리아 하얀헬멧·우크라 정부 관리에 ‘테러리스트’·‘나치세력’
“푸틴, 시리아 때 사용한 저비용 전술에 의존하기 시작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시민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아파트 건물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위)과 2016년 11월 16일 시리아 알레포 시민들이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에 서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대한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택한 전술이 러시아군의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때와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마리우폴은 ‘제2의 시리아 할라브주(州)의 주도 알레포’라고 불릴 정도로 두 도시에 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다.

2016년 말, 시리아 내전 당시 정부군은 알레포의 반군이 장악한 동쪽 절반을 봉쇄했으며, 도시 안에는 27만명의 시민이 탈출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공격에 노출돼 있었다. 러시아군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독재정권을 지원하며 몇 달간 알레포에 무자비한 포격을 가했다.

이에 알레포 시민은 지금 마리우폴에 남겨진 사람들처럼 식량과 물, 의약품을 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인도적 재앙은 6개월간 이어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2016년 러시아군이 시리아 알레포에서 한 달간 포격을 한 결과 440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으며, 이 중 90명 이상이 어린이였다.

알레포의 생존자들은 6년이 지난 지금 마리우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며 ‘트라우마’라고 표현한다.

여러 인권단체는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군이 펼쳤던 잔인한 전술이 마리우폴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발슨 국제앰네스티의 유럽·중앙아시아 이사는 “우리는 두 도시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략에 유사점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민간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가한다는 점, 도시를 포위해 통신, 수도, 가스, 전기를 차단한다는 점, 그리고 의료 시설을 겨냥해 포격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전략이 같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이곳 또한 마리우폴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을 이어가자, 2020년 유엔 시리아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러시아가 민간 지역에 대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서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재판을 받은 적이 없다.

당시 러시아 측은 시리아에 대한 전쟁 범죄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으며,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공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았고, 인도적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고의로 민간인의 대피를 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한 아이가 지난 1일(현지시간) 버스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AFP]

한나 노트 비엔나 군축 및 비확산 센터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뒤에 남아 있는 민간인을 합법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적’으로 거짓 묘사할 것”이라며 민간인 피해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시리아 민방위 단체인 하얀 헬멧과 우크라이나의 관리.군인을 모두 ‘테러리스트’와 ‘나치세력’이라 부르며 공격에 대한 명분을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고도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는 공중 지원을 했다는 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큰 차이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수만명을 파견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수행했던 공중전 전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나타샤 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사용한 저비용의 전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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