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주열 한은 총재 퇴임…"성장·금융안정·물가 다 잡는 묘책 요구"
이임사 남겨
43년 근무한 한은 떠나
조직

31일 퇴임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차량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한국은행에서 근무한 43년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주열 총재가 최근 세계 경제가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도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뉴노멀' 상황에 적응을 피할 수 없다며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유연한 사고만이 여러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31일 이임사에서 "임기 중 대부분은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많이 다른, 매우 익숙지 않은 거시경제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통화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를 언급했다.

그는 "좀처럼 풀리지 않은 이런 수수께끼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복잡하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면서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면서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8년을 회상했다.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며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제 예측이 어긋나고 정책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에 시달리는데, 이는 높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디지털화는 '뉴노멀'이라며 피할 수 없다고도 전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화 가속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는 뉴노멀(새로운 정상)에의 적응은 중앙은행도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라면서 "경제는 사회의 구조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일종의 생태환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제기되는 중앙은행 정책목표(물가안정·금융안정)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여러 사회문제 해결에 경제적 처방을 동원하고자 하면 할수록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와 의존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다만 "경제 구조나 제반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게 되면 중앙은행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라면서 "중앙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내부경영에 대해서는 "저에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면서 "기존의 인사 제도와 업무수행 방식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제고해 중앙은행으로서의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역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회 전반의 인식과 관행이 그 안에 녹아있는 데다 조직과 구성원간 추구하는 가치가 때로는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사자성어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인용, 조직 개혁에도 꾸준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세인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지난 43년을 함께 한, 제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서의 매 순간과 총재로서의 지난 8년은 한시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이 총재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해 조사국장과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돼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연임했고, 이날로 임기를 마쳤다.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내달 1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한다.

nature68@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