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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 본질은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통해 명품 의류 등을 구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상황을 두고 “국민세금으로 옷 사 입는 건 절대 아니다. 대통령 월급으로 사야 한다”고 했다. 청년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 올라온 지지자의 물음에 답하면서다.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2008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특활비 일부를 생활비로 집에 가져다줬다가 구설에 올랐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특정업무경비를 투자상품에 넣어뒀다가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여야, 좌우 진영을 떠나 특수활동비에 관한 한 자유로운 사람을 찾기 어렵다.

김 여사의 의상구입비 논란은 앞서 한국납세자연맹이 2018년 6월 ‘김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유지를 위한 의전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 편성금액 및 지출 실적’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빚어졌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보 등 민감 사항이 포함돼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고, 소송으로 이어진 공방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청와대 주장은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때 “앞으로 식비·의복비 등 가족생활비를 대통령 봉급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이 약속을 다 지켰다”면서 지금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프레임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에 대해 “사치, 공주 행세”라고 욕하던 것과 견주면 자업자득이다. 영부인의 품격과 외교적 필요에 따른 의상비까지 시시콜콜 시비를 걸지 몰랐다고 항변할 것이 아니라 약속대로 더 엄격한 잣대를 자신들에게 적용했어야 했다.

사실 납세자연맹의 의도는 김 여사의 옷값에 있지 않고 특활비 제도 개선에 있다. 특활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국정수행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가장 씀씀이가 큰 국정원을 빼고도 17개 정부 부처와 국회·대법원에서 모두 240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공무원이 영수증 없이 국가예산을 사용하도록 허용해 사실상 ‘세금 횡령 면책권’을 준 엄청난 특혜라는 게 납세자연맹 측 주장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총리가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당할 정도로 준엄한 책임을 묻는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국익을 위해 외교전선에 동행하는 대통령 부인의 의상구입비 내역까지 요구할 정도로 성숙해가고 있다. ‘국가안보’라는 예외적 상황 외의 특활비는 더는 음지로 숨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들이 국민세금을 제 주머니 쌈짓돈인 양 쓰는 파렴치한 행태는 이제는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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