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분당 수내동의 한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고마운 배달 기사님을 찾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늦은 밤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를 단지를 방문한 배달 기사가 진압해 주민들이 수소문에 나선 사연이 31일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8일 오후 11시 30분께 분당 수내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유동 인구가 적은 밤 시간인데다 날씨까지 건조해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일촉 즉발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진압에 나선 건 당시 음식 배달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방문한 배달 기사였다.

신원 미상의 라이더는 화재 현장을 발견하고 즉시 오토바이를 세운 뒤 진압에 나섰다. 그가 인근 아파트 동(棟) 1층에 구비된 소화기를 발 빠르게 확보한 뒤 화재 진압에 나서는 사이, 불길과 연기를 보고 놀라 달려나온 아파트 주민들이 진화 작업에 가세했다.

'의로운' 배달 라이더는 신속하게 화재를 모두 진압하고 잔불까지 확인하자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의 사연은 배달기사와 합세해 불을 껐던 한 주민이 배달 라이더의 활약상을 공유하면서 단지 주민들에게 전해졌다.

현재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화재 진압에 나선 배달기사를 위한 감사장과 선물을 준비한 뒤, 배달 기사의 신원을 수소문 중이다. 그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인근 현장엔 '고마운 배달기사님을 찾습니다'라는 현수막도 걸었다. 관리사무소가 의인 라이더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날 화재 진압에 함께했던 입주민은 "순식간에 불이 크게 번지는 상황이었지만 배달기사님께서 소화기를 구해와 침착하게 초동 대처를 잘해주셨다"며 "감사장을 받아야 할 분은 배달기사님이다. 진정한 히어로다. 꼭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