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오른쪽에서 두번째)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인권과 시위 문제가 깜짝 의제로 떠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장애인단체를 저격하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지 않던 장애인 관련 예산 의제가 수면위로 떠올라 정책에 반영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달래기’에 그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3호선 경복궁역에서 벌인 ‘출근길 시위’에 앞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과 면담했다. 같은 분과 김도식 인수위원, 임인택 전문위원과 동행한 임 간사는 “인수위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예산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하고 과제를 정리하겠다”며 “출근길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오늘부터라도 (지하철 시위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전장연 측은 807억원 규모의 장애인 탈시설 예산과 2조9000억원 규모의 활동지원예산 편성을 비롯해 교통약자 편의증진, 장애인 평생교육 시설 확충,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등과 관련한 입법·행정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임 간사는 “인수위 출범이 며칠 안 된 상황에서 (정책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적게는 8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까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기에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장애인단체와) 소통하고 과제를 정리해 장애인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박 대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당의 대표인데 (전장연에) 좀 사과하시라고 전달하면 좋겠다”고 말하자, 임 의원은 “그 말씀 전달해 올리겠다. 여러분의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시민들께 폐를 끼치는 부분은 지양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날 인수위 공식방문은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 시위를 거칠게 비난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이뤄졌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20여차례 벌여 왔다. 정당한 권리 요구 표현이라는 의견과 출근길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전장연에 대해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한 이 대표는 “투쟁 대상이 왜 시민이 되어야 하느냐”며, “전장연이 시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앞선 본인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옹호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 발언이 미칠 파장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같은당 소속 시각장애인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은 직접 전장연 시위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 대표를 대신해 사과하고 무릎을 꿇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오전 전장연과 국회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 청취에 나섰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이동권 문제 등 정치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에 대해 장애인과 싸우려 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홍근 원내대표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떠맡던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나눌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필요 예산 확보 등에 노력하겠다”며 “어느정도 논의가 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가능한 속도를 내 국회 전반기에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혜영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권에 장애인을 볼모로 이용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배두헌·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