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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내년 예산편성지침, 재정의 역할보다 건전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각 부처는 이에 맞춰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5월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내년 예산의 판짜기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재정 운용의 기본 방향은 우리 경제의 도약과 경제·사회구조 대전환에 대응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에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전면적 구조개혁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확실하고 올바른 방향도 없다. 하지만 공허하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건전성까지 높인다는건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확고한 경제 도약, 민생 안정 기반 공고화, 미래 투자 확대, 국민안전과 경제안보 등 4대 분야에 투자 중점을 두면서 재정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한다. 관광 콘텐츠산업 지원을 통해 내수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인구감소 낙후지역 지원 등 균형발전에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산업재해, 자연재해, 감염병, 미세먼지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대응 체계도 고도화하고 미래 전쟁에 대비한 첨단 강군 육성계획도 있다. 일자리 창출에도 여전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걸 다 실행하려면 재정을 한참 늘려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이걸 재정 건전성까지 높이면서 해내겠다고 한다. 지속 가능성이란 건전성 제고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그 방안으로 재정지출 재구조화 등 재정혁신을 든다. 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크게 늘어났던 각종 한시적 지원 소요들을 줄이겠다는 점뿐이다. 어차피 코로나가 잠잠해질 테니 당연한 일이다. 그것 말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집행 실적이나 성과 평가 등을 통해 경직성 경비 외 모든 재량지출의 10%를 절감하겠다는 대목에선 실망감마저 든다. 지난해 예산 편성 지침 때도 똑같은 문구가 등장했었다. 올해 600조원을 넘는 매머드급 슈퍼예산이 만들어졌으니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정부안보다 국회가 3조원 이상 추가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피성도 인정해야 할 대목이기는 하다.

내년은 포스트 코로나의 실질적인 첫해다. 물가를 비롯한 인플레 조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플레는 당뇨병과 같다. 경제 곳곳을 소리소문없이 멍들게 한다. 이제는 재정의 역할보다 건전성에 목표가 맞춰져야 한다. “네모난 동그라미를 그리겠다”고 공언하기보다 원 하나라도 제대로 그리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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