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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구 전략 꺼내든 젤렌스키, '돈바스 영토 포기 시사'
젤렌스키, 英이코노미스트·러 독립언론인과 잇따라 인터뷰
“생명 못 구하면 무의미…영토 소중하지만 단지 영토일 뿐”
“돈바스 문제 타협 원한다”…‘영토 문제 협상 불가’ 기존 입장서 선회
중립화·非핵보유국 지위 문제 등 논의 준비…“비무장화는 협상 못해”
우크라·러, 터키서 대면으로 5차 평화 협상 예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인과 러시아어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이미 러시아 연방에 편입된 크름(크림)반도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영토 문제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양보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만큼,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장기전 양상을 띠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이 조속히 멈출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러시아 독립 언론인 등과 잇따라 한 인터뷰를 통해 돈바스·크름반도 영토 문제에 대해 기존과 변화한 시각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에서의 승리는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며, 이것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리의 영토는 소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단지 영토일 뿐(Our land is important, yes, but ultimately, it's just territory)”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의 생명과 이익을 지키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전혀 포기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일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이코노미스트]

같은 날 러시아 언론인과 러시아어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돈바스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취해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RP)이 분리 독립과 러시아 연방 편입을 위한 주민 투표를 조만간 시행할 것이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이에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자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려 한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남북한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러시아군의 공세를 우크라이나군이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일부 지역에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서방 군 정보 당국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장기전은 분명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사실상 러시아의 통제권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되는 돈바스·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 연방 편입을 인정함으로써 전쟁을 종식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윗줄 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인과 러시아어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젤렌스키 텔레그램]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또한 러시아와 협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3자에 의해 보장되고,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조건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이 밖에 그는 ▷비(非)핵보유국 지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허용 문제 역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만, 비무장화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터키에서 5차 평화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열린 4차 협상과 달리 이번 5차 협상은 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협상 개시일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이 29~30일, 우크라이나 측이 28~30일이라고 발표하며 엇갈렸다. 회담을 중재한 터키 대통령실의 이브라힘 칼른 대변인은 미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화요일(29일) 회담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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