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담장으로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후 처음 유럽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러시아가 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중국을 향해서도 러시아 지원 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서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내 대답은 예스(yes)다. 이는 G20에 달렸다”고 대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퇴출 문제가 논의됐다면서,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가 동의하지 않아 퇴출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G20 정상회의에 참석시켜 참관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올해 G20 의장국은 인도네시아로, 오는 10월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나토,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러시아 대응 문제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레드 라인’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戰)에서 화학무기 사용은 “미국의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며 “대응의 종류는 그 사용의 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일 러시아의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 것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날 열린 G7 정상회의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생물학, 화학,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지 말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필요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서 러시아의 편에 서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자신의 경제가 러시아보다 서방에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이해한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지원에 관여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시 주석과 화상 통화 때 어떤 위협을 가하는 대신 “러시아의 야만적 행동의 결과로 러시아를 떠난 미국과 외국 기업의 수를 지적했다”며 중국과 미국, 유럽의 경제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 주석이 유럽, 미국과 경제적 관계나 경제성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이런 경제적 목표가 큰 위험에 빠질 것임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중국의 태도에도 기존과 다른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친강(秦剛) 주미 중국 대사는 24일(현지시간) 밤 방영된 홍콩 봉황위성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는 금지 구역이 없지만 마지노선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경고 속에서 ‘전략적 부담’이 된 러시아와 일정 부분 선 긋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분열할 것이라고 잘못 예측했다면서 “나토는 오늘날처럼 단결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서방 동맹이 대(對)러시아 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할 기구 설치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20억달러(약 2조4470억원) 이상의 군사적 지원을 했다면서, 추가로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에 10억달러(약 1조2235억원),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보호에 3억2000만달러(약 3915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10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가족과 재결합하기 위해 미국에 오는 것을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