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안보 키 쥘 尹당선인, 北도발 후 일성은 “경고”
정권이양기 틈탄 北도발 이후
선제타격 강조해온 尹당선인
북한에 강력한 경고장 날려
金 ‘새정부 흔들기’에 정공법 승부
한동안 남북관계 싸늘할 듯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을 파기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추진됐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사실상 좌초됐다. 이제 한반도의 새로운 운명의 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윤 당선인(위 사진)과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지도 모습. 이상섭 기자·[연합]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정권이양기에 메가톤급 북풍(北風)이 몰아치고 있다. 북한은 ICBM 한 발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무위로 돌렸다. 북한의 ICBM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종언이자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경고’가 돼 버렸다. 이제 한반도 운명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쥐게 됐다. 윤 당선인은 선거 내내 ‘선제 타격론’을 비롯한 대북 강경 노선을 주장해왔고, 김 위원장은 ICBM 발사와 함께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도발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도 곧장 북한에 “엄중 경고한다”고 맞받았다. 당분간 한반도 상황은 남북 정부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25일 SNS를 통해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시점인 어제, 북한이 올해 들어 12번째 도발을 해왔다”며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메시지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표현이다. 북한에 대한 남측의 추가 액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NSC)를 개최하고 “북한의 이번 발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메시지를 냈는데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규탄 메시지를 내지는 않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고만 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유예(모라토리엄)하겠다고 선언한 뒤 4년 만에 약속을 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국내 정권이양기에 ICBM 도발을 감행하며, 4년 만에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동해상으로 쏜 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80㎞, 고도는 약 6200㎞ 이상이다. ICBM은 1시간10분가량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가 정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로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공을 들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 체제)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이 과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열렸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 남북 관계는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하며 대화를 이어가려 했으나 북한의 실질적인 응답은 없었다.

그동안 윤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제 타격’도 가능해야 된다며 강한 대응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1월 “선제 타격을 바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침략적 도발행위를 할 것이 확실시될 때에 우리가 적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그 도발을 지시한 지휘부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능력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다고 천명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우리의 애티튜드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북한이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쏜것에 대해서도 “올해만 해도 11번째(도발)인데, 방사포는 처음이지 않나”라며 “9·19 합의 위반 아닌가. 명확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는 윤 당선인의 발언 이후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당선인이 강경한 태도가 이어질 경우 한반도 상황이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핵전쟁 억제력을 지속해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추고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나라의 안전과 미래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강력한 핵전쟁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건물을 신축하고 보수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핵실험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풍계리 핵실험에서는 과거 6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한편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한목소리로 순국한 군인들을 애도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SNS를 통해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으로 55인의 용사가 전사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목숨으로 국가를 지키고 헌신했던 분들을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SNS를 통해 순국한 군인들을 언급하며 “바다 위 호국의 별이 된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며, 영웅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그리움을 안고 계실 유가족들과 참전 장병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박병국·최은지 기자

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