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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먹을 때도 말조심”…묘한 긴장감 흐르는 삼청동
도로 하나 사이 두고 나뉜 청와대-인수위
文-尹 충돌에 靑-인수위 직원들도 조마조마
‘낯선 장소 vs 낯선 사람’ 다른 이유의 어색함
靑 “일자리 알아봐야”…인수위는 “입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례없이 충돌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여느 때와는 다른 묘한 긴장감이 서려있다. 청와대가 인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점심시간에도 한적한 동네였지만 24일 낮, 모처럼 삼삼오오 모여 식당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10일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사회복지문화분과와 기자실 등 일부가 금융연수원에 들어서면서 삼청동은 주민센터가 위치한 삼청로를 중심으로 신구 권력이 나뉘어 두 달간 공존하게 됐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청와대로’가 나올 만큼 가까운 거리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청와대는 절대 안 들어간다”고 선언한 후 더더욱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청와대 직원들과 출입기자들, 인수위원회 직원들과 취재진이 한 데 섞였다. 겉으로는 청와대 소속인지, 인수위 소속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표정은 제각각이다. 인수위측은 청와대와 지척이면서도 낯선 장소인 만큼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청와대 직원들은 익숙한 장소이지만 신(新) 권력에 속한 낯선 이들이 많아지면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양측 실무진들은 서로 “말조심 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식사 중에도 당장 옆 테이블에 누가 앉아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상반된 분위기가 공존하는 삼청동의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인사 문제, 집무실 문제 등 연이어 충돌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임기가 남아있는데 이렇게 쫓아내듯이 해야겠느냐”는 목소리가, 인수위 주변에서는 “문 대통령 취임 당시 인수위가 없었기 때문에 배려를 받지 못한 것이 이유”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탄핵의 여파로 인수위가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를 경험했다.

청와대 정무직 직원들 중에서는 “일자리 알아보고 있다”는 근황 소식이 종종 들린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파견을 온 직원들은 마냥 금의환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인수위 직원들은 “나는 입이 없다” 경직된 모습이다. 혹여라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에 움추러든 탓이다. 최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인수위 내부에 보안 단속을 하면서 군기잡기를 한 여파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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