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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뉴스의 좀비가 되고 있다”…사표 쓰는 러시아 언론인들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에 사표를 낸 뒤 인터뷰를 하는 잔나 아갈라코바 [로이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강력하게 언론을 통제하는 러시아에서 일부 양심적인 언론인들은 가짜 뉴스 전파의 공범이 되는 대신 사표를 던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대대적인 선전·선동에 반발해 퇴사한 언론인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국 군대와 관련해 이른바 '허위 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형법을 개정해 언론에 재갈을 물린 상태다.

전쟁을 비판했던 독립 언론사들은 개전 초기에 이미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현재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치 세력에 대한 군사작전'으로 미화하거나, 러시아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불리한 전황은 아예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국민의 여론도 압도적으로 지지가 우세한 상황이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인 채널1의 예술감독 드미트리 리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표를 냈다.

리킨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생명을 말살하는 작전'의 일부가 됐다는 생각 때문에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의 논리를 전파하는 데 앞장 선 채널1에서 일하는 것 자체에 죄책감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채널1의 파리 특파원이었던 잔나 아갈라코바도 "러시아 정부가 퍼뜨리는 가짜뉴스에 시청자들이 좀비가 되고 있다"면서 퇴사를 선언했고, 국영 방송인 NTV의 앵커였던 릴리야 길데예바도 최근 사표를 냈다.

다만 아갈라코바는 자신처럼 사표를 낼 수 있는 러시아 언론인은 많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고, 대출을 갚아야 하는 등 생존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퇴사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가짜뉴스에 저항하는 러시아 언론인도 없지 않다. 유명 언론인인 알렉산드르 네브조로프는 인스타그램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는 글을 올려 형사 처벌 위기에 몰렸다.

또한 최근 채널1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는 뉴스 생방송 중 반전 메시지를 적은 포스터를 들고 스튜디오에 불쑥 나타나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일이 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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