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사법개혁 공약에 반대한 법무부 입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했다는 자평’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예산 독립보다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말에 대해 “이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건데, 5년 동안 해놓고 안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독립적인 권한을 주는 게 중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독립성이 어느 정도 인정이 안 되고 중립을 기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라는 게 실제로 해보면 별 필요가 없다”며 “(검찰이) 보안사항이 아닌 웬만한 것들은 장관이 알아야 하는 사안들이라 법무부에 보고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그걸 보고 여러 가지 다양하게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지휘라는 개념이 아니라 크게 차이는 없다”며 “뭐든지 공정과 상식에 따라 일하는데 의견이 서로 다를 경우가 있겠나, 서로 맞춰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의 간담회 내용을 볼 시간이 없었다”며 “대검하고 입장이 다르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돌연 취소했다. 인수위는 전날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사법개혁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곧 물러날 장관이고, 법무부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할 분들이라 박범계 장관과 법무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장관이) 어제 반대했는데 오늘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 옳은가 했다”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주무장관이 새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라며 박 장관을 저격했다.

박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단 입장은 여전하다”며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검찰을 위해 좋은 길이냐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직접 수사 범위 확대’ 등 공약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후 통상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으로 진행하던 인수위 업무보고는, 각각 따로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인수위원들의 반발로, 업무보고 당일인 이날 오전 법무부의 업무보고만 전격 취소됐다. 윤 당선인은 “통상은 (업무보고를) 같이 하고 주로 법무부로부터 받는데, 입장이 다르면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들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며 “법무부와 대검 얘기를 들어보고 따로 (보고를) 받아야 각자 입장을 알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전직 검찰총장로서 총장 임기 보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묻는 말엔 “모든 공직자는 자기가 맡은 일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서 잘 처리해야 한다”며 원론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