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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번엔 한은총재, 언제까지 감정싸움으로 날새울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정부와 일할 한국은행 총재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을 지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이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2014년 한국인 최초로 IMF 실무 최고위직(아태 국장)에 올라 8년째 재임 중으로,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는 엘리트 경제학자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등 해외 인맥도 폭넓어 국제 감각도 풍부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학식, 정책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해 조언을 드릴 것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다. 이 후보자가 거시경제학과 금융경제학에서 명성이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속 경기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이 높은 한국 경제의 통화정책을 견인할 적임자라는 데 이견이 없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 내정을 최근 대통령 집무실 문제로 갈등이 증폭된 윤석열 당선인 측을 다독일 카드로 여긴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됐고 평소 문재인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와 범MB·보수진영 인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사전에 윤 당선인 측에 ‘이 내정자와 다른 인사 중 누구를 원하느냐’ 물었고 이창용이라는 답을 들었다고도 했다. 실제 당선인 측도 이 내정자가 적임자라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듯 의견 타진을 한 것을 두고 소통과 협의를 마쳤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당선인 측 얘기다. 청와대가 당선인 측과의 정식 협의 절차를 가볍게 여긴 불찰이 분명 있긴 하다. 그러나 국가 요직인 한은 총재 자리에 ‘우리 사람’을 고집하지 않고 차기 정부가 선호하는 인물을 낙점하면서 화해 제스처를 보인 점은 평가해야 한다. 본질 보다 형식의 잘잘못을 따지는 협량으로는 정권교체기 원만한 인수·인계를 실행하기 어렵다.

지금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감사위원 인사,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국민적 피로감을 쌓아가고 있다. 불과 0.73%의 대선 격차는 대화와 타협의 협치 정신으로 국정을 풀어가라는 국민의 요청이었다. 그런데 대선이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신-구 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으로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은 “중요 부분에 대해 합의가 안 된다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굳이 만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갈등에 기름을 붓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이견이 있다면 만나서 조율하고, 서로 어느 선까지 주고받을 것인지 타협하는 것이 소통의 정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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