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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업현장 절반이 안전조치 위반, 이러고도 법 탓하나

전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안전조치를 위반하고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최근 현장 점검 결과는 충격 그 자체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이런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근로자는 대형 참사 가능성을 달고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4차례에 걸쳐 총 3946개 사업장을 점검했는데 그중 2229곳(56.5%)에서 안전조치 위반 사항이 드러났다.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건설 현장이 거의 2000곳에 달하고 곳곳엔 개인보호장구 없이 일하는 근로자들 천지였다.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한 덮개 등의 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곳도 부지기수였다. 당연히 위반 정도에따라 102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입건됐고 97개 사업장에 2억4377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5개 사업장에는 안전검사 없이 운전되던 리프트·컨베이어·천장크레인의 사용 중지 조처가 내려졌다.

이 같은 상황이 놀라운 것은 그 논란 많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 이후의 점검 결과라는 점 때문이다. 심지어 연초부터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를 비롯한 대형 참사로 놀란 가슴을 다 쓸어내리지도 못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현장에는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 정부는 지난해 초 법 통과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7월부터는 격주로 수요일을 ‘현장 점검의 날’까지 정해 안전조치들을 확인해왔다. 지난해 7~12월 사업장의 안전조치 위반 비율이 63.3%였다. 거의 나아진 게 없다. 고용노동부는 반 년 동안 그 수많은 현장 점검을 다니면서 도대체 뭘 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점검과 처벌 이외에 개선대책엔 소홀했다는 얘기다. 닦고 조이기만 했을 뿐 기름은 치지 않은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사용자 기업인들도 더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 의욕을 꺾는 악법이라고 탓해선 안 된다. 오히려 자업자득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오죽하면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졌겠는가 하는 주장이 이젠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현장안전의 최일선은 물론 근로자들이다.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법규를 준수하고 규정을 꼭 지켜야 담보되는 게 안전이다. 안전 불감증이 자신뿐 아니라 숱한 타인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체험으로 인식하는 건 늦다. 그게 사고 아닌가. 안전 불감증이 범죄와 다름없는 이유다.

안전 경각심은 결국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건 사용자의 몫이고 정책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산업 현장은 ‘안전한 곳’ 이상이 돼야 한다. 그건 ‘안심하고 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근로자와 사업자, 정부까지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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