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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괴 직전 경제 살려라?…“푸틴, 중앙銀 총재 사의 수용 거부”
블룸버그 소식통 인용 보도
푸틴,사의 반려 뒤 3연임 지명
"지금 그만두면 배신으로 여겨"
CBR 사의설에 "현실과 불일치"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CBR)총재 [CBR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엘비라 나비울리나(58) 러시아 중앙은행(CBR) 총재가 자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2월 24일)하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블라디미르 푸틴(69)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가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서방이 부과한 제재 탓에 경제 붕괴 직전에 몰린 푸틴 대통령으로선 국제적으로 평판이 좋고 직언도 서슴지 않던 나비울리나 총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나비울리나 총재의 사의 표명을 거론하며 지금 그만두면 푸틴 대통령은 배신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6월말 임기 만료 예정이던 나비울리나 총재를 지난 18일 재지명했다. 이날은 CBR가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키로 한 당일이다.

당시 나비울리나 총재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4% 달성은 2024년까지 연기한다고 했다. 경제가 끝이 분명치 않은 격변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도 했다. 기준금리 관련 회의 뒤 전통적으로 해왔던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다. 경제 운용의 야전 사령관으로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대목이다.

그는 재지명 전인 지난 2일 직원들에게 보낸 짦은 영상에서 “정치적 논쟁을 피하라. 우리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만 태우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제상황을 극단적이라고 표현하고, 우리 모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머니 등 금융 관련 전문지가 세계 최고의 통화정책가 가운데 한 명이라고 평가한 나비울리나 총재로선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경제에 망연자실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CBR는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 뒤인 2월 28일 기준금리를 두 배(9.5→20%)로 올리고, 해외로 돈이 빠져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자본통제를 해야 했다. 외환보유고 6340억달러의 절반 이상이 제재로 묶이면서 루블화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도 포기한다고 CBR는 밝히기도 했다.

나비올리나 총재가 2013년부터 CBR를 이끌면서 해외 투자자의 러시아 국채 메입이 늘고, 인플레이션도 소련 붕괴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성과를 낸 게 우크라이나 사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형국이다.

블룸버그는 푸틴 대통령이 나비울리나 총재를 신뢰해 정부 내 다른 관리 앞에서 CBR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3연임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2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나비울리나 총재와 15년간 알고 지낸 세르게이 구리에프 파리정치대 교수(경제학)는 “CBR가 예전의 정책으로 돌아갈 희망이 없다”며 “그녀(나비울리나)는 폐쇄된 금융시장과 재앙적 제재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BR는 나비울리나 총재의 사의표명에 대해 자국 관영매체 타스에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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