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사진)을 지명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23일 이창용(62)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후보로 지명됐으나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1일에 새 총재가 취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총재의 내정부터 청문회 통과까지는 짧게는 16일이 걸렸다. 그런데 이 총재는 임기까지 불과 8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역대 총재 중 유일하게 국회 청문회를 거친 이 총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2014년 3월3일 내정하고 16일만인 같은 달 19일 인사청문회에서 큰 논란 없이 5시간 만에 여야 합의로 ‘적격’ 경과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이 총재 유임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명(3월2일)부터 인사청문회 개최와 통과(3월21일)까지 사흘 더 긴 19일이 소요됐다.

지금으로는 새 총재가 다음 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한은 총재 후보 지명을 놓고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혀 청문회 일정 조율부터 통과 여부까지 예단키가 힘든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사진)을 지명했다. [연합]

다음 달 1일부터 한은 역사상 처음 총재 자리가 빈다면 일단 한은은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은 정관은 ‘총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총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도 겸하는데, 총재가 공석이면 금통위원 중 한 명이 직무대행으로 금통위 의장 역할을 맡게 된다.

금통위는 오는 24일 회의에서 다음 달 1일부터 9월30일까지 의장 직무를 대행할 위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보통 의장 직무 대행 위원은 미리 정한 순서로 선임된다. 현재 서영경 위원(2021년 10월~2022년 3월)이 맡고 있다.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개최될 때까지 신임 총재가 취임하지 못하면 기준금리 결정 등 안건을 주상영 의장 직무 대행 체제로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