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러, 우크라군에 최후통첩…요충지 마리우폴 함락 직전
격랑의 우크라 사태
“인도주의 회랑 열어 놓겠다”
러 총참모부, 총공세 암시 브리핑
우크라, 러 항복 권고 즉각 거부
마리우폴 시의회 “러, 주민 강제송환”
그리스 총영사 “도시 완전 파괴”
주민들 마지막 탈출행렬 꼬리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된 마리우폴 지역의 한 아파트 모습(위쪽). 20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기차역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가 봉쇄 후 무차별 공격 중인 남동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무사히 빠져 나온 아들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AP]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중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요충지 중 하나로 꼽히는 남동부 마리우폴을 총력 사수 중인 우크라이나군에 최후 통첩을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투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러시아에 통보했다.

마리우폴이 러시아의 손에 완전히 넘어갈 경우 러시아군의 최우선 전략 목표로 꼽혔던 ‘동남부 회랑’이 완성되는 만큼,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간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마리우폴 내 6개국에서 온 184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13만명의 민간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인질로 잡혀 있다. 끔찍한 인도적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며 “무기를 내려놓는 모든 이는 안전하게 마리우폴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진체프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1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마리우폴 동·서쪽으로 ‘인도주의 회랑’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민간인의 대피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을 향해서도 희생을 감수하지 말고 무기를 버리고 도시를 떠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도시 함락을 위한 총공격에 앞서 우크라이나군 측에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 러시아 측의 항복 권고를 거부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반군의 점령지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무력으로 병합한 크름(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육로 회랑이 완성되는 까닭에 마리우폴은 개전 전부터 러시아군의 최우선 전략 목표로 꼽혔다.

2주 넘게 난방, 식수, 식량 등이 완전히 끊긴 채 우크라이나군이 필사적으로 마리우폴을 사수하고 있으나, 전세가 이미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도시 내부로 깊숙이 진격해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마리우폴이 함락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후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대도시 하나도 점령하지 못했던 러시아에게 작은 승리(victory)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우폴을 포위한 러시아군의 무차별적 집중 공격에 민간인 희생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주민 1000명 이상이 대피해 있던 극장 건물이 붕괴한 데 이어 이날도 주민 400여명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이 폭격으로 파괴됐다. 알자지라방송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간의 시가전이 가열되면서 구조 작업도 사실상 중단 상태”라고 전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통제권을 장악한 마리우폴 지역 내 주민들이 러시아로 강제로 송환 중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우폴에서 빠져나와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도시 르비우까지 몸을 피한 마리나 갈라 씨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는) 더 이상 도시가 없다”며 “러시아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러시아군 점령지로 이동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소름 끼치는 제안이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관 중 가장 마지막으로 마리우폴을 떠난 그리스 총영사 마노리스 안드룰라키스는 이날 그리스 도착 후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마리우폴이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명단에 들게 될 것”이라면서 “시리아 내전 당시 알레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비에트연방(소련) 레닌그라드, 스페인 내전 당시 게르니카, 제2차 체첸 전쟁 당시 그로즈니 등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본 것을 누구도 보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금 마리우폴 시민들이 어찌해볼 수도 없이 맹목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마리우폴에서 시신이 흩어져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리우폴 시 당국은 개전 후 최소 23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이들의 일부를 집단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마리우폴 봉쇄·폭격을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며 규탄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