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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칼럼] 미국에 수출되는 '김치의 날'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주의회에서 뜻깊은 결의안이 처리됐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명시한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이 주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뉴욕주는 캘리포니아주, 버지니아주에 이어 세 번째로 해마다 11월 22일을 김치의날로 기념하게 됐다. 국내에서 2020년에 정한 김치의날과 같은 날짜다. 결의안에는 뉴욕주에서 김치의 인기와 김치의 역사,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과 함께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며 2013년 유네스코가 김치 준비·보존 과정인 김장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미국 현지에서 김치의날 제정이 확산되는 것은 그만큼 김치가 미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고 사랑받는 식품이라는 증거다. 지난해 김치의 미국 수출은 22.5%나 증가한 2825만달러를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하면 1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감기에 걸려서 김치를 많이 먹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김치는 면역력 증진에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김치의날 제정을 통해 김치의 종주국이 대한민국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식품이자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치는 유명했던 것만큼이나 고난도 많이 겪어야 했다. 1990년대에 일본에서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고 김치가 일본인들에 의해 해외에 전파되면서 외국인들이 김치를 일본식 발음인 ‘기무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김치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본은 김치가 일본의 절임식품인 ‘즈케모노’의 일종이기 때문에 기무치로 표기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지만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한국의 ‘김치(Kimchi)’를 국제규격식품으로 공인하면서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임을 명확히 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김치에 눈독을 들였다. 중국 관영언론에서 김치가 중국식 장아찌인 ‘파오차이’의 일종이고,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인증받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물론 모두 사실이 아니다. 김치와 파오차이와 만드는 방법부터 전혀 다르다. 중국이 파오차이로 인증받은 문서에는 “해당 식품규격이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애초에 종주국 논란이 생길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김치를 놓고 더는 황당한 억지 논란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김치 종주국이 대한민국임을 세계에 더 명확히,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미국 현지에서 김치의날이 늘어난다면 대한민국 김치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주미 한국대사관, 주한 미국대사관 등과 협력해 김치의날이 뉴저지주, 텍사스주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치의날’이 해외에서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그 관심과 지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김치는 지역별·종류별로 다채로운 맛과 특색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양질의 김치가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 확대로 이어질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갈수록 입맛이 서구화되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학교급식에 김치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치는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의 밥상과 건강을 책임져 왔다. 선조가 물려준 자랑스러운 김치를 이제 우리가 지키고 알려야 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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