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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히트 신상’ 없으면 ‘추억 제품’도 없다

식품업계에서 히트 신상품이 실종됐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오리온 ‘꼬북칩’, 농심 켈로그의 ‘파맛 첵스’ 등 해마다 새로운 맛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제품이 출시됐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었다. 그나마 최근 열풍을 일으킨 상품을 꼽자면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다. 그 인기가 대단해 편의점마다 ‘포켓몬빵 없어요’라는 공지가 창 밖에 붙어 있을 정도다. 1990년대 출시 당시 포켓몬스터 캐릭터 ‘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사모은 20·3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크게 먹혔다.

몇 년 전부터 식품업계에서는 ‘복고’ ‘리뉴얼’ 트렌드가 이어져 왔다.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이전에 출시된 제품을 약간 개선해 선보이는 것이다. SPC삼립의 포켓몬빵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제과업계 할 것 없이 뉴트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빙그레는 이달 중으로 90년대 출시돼 2016년 생산이 중단된 추억의 아이스크림 ‘링키바’를 출시한다. 오리온도 과자 ‘와클’을 15년 만에 재출시했으며 맥도날드도 13년 만에 ‘필레 오 피쉬’버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제품은 향수를 자극하는 패키지 디자인,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는 맛에 기획 상품으로 한정판매돼 소비심리를 노린다. 막대한 연구·개발(R&D)비용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인기 제품을 발판으로 안정적인 매출창출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뉴트로 브랜딩이 유통업체들에는 ‘쉬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뉴트로 바람이 불자 업계 안팎에서는 신제품의 개발과 출시를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쳐 위험보다는 안정을 택한 기업들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물류난과 원료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까지 줄었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기회가 요원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보통 식품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4% 수준에 그치는 데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까지 하락했다.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줄었으며 빙그레도 34% 감소한 262억원, 삼양식품도 전년보다 31% 줄어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다.

신제품을 홍보할 기회가 사라진 것도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에 소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판매 채널로 옮겨가면서 신제품을 접할 기회가 사라졌다. 대중매체 영향력이 줄어 TV 광고가 사라진 것도 신제품 홍보를 어렵게 하는 데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면서 이전에 구매한 제품만 선택해 신제품 홍보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참신한 히트 신상품이 없다면 미래에는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제품도 없을 것이다. 제품 가격이 인상, 콘텐츠 중심의 홍보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올해 더는 뉴트로 상품이 아닌 히트 신상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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