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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수입의존도 심화…“제재 대비 자급자족경제 추진했지만 실패”
14년도부터 ‘러시아 요새화’ 수입대체 전략 택해
거금 투입에도 실패…14년도 이후 GDP 성장률 세계 평균 못 미쳐
러 제조업체 81%, “수입품 대체할 자국 제품 못 찾아”

러시아 시민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의 아트리움 쇼핑센터 내 문을 닫은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서방 제재에 대비해 ‘자급자족식 경제’를 구축하려 노력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가해진 서방 세계의 각종 제재를 극복하고자 외국 수입 상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수입대체 전략을 추구했다.

러시아는 ‘러시아 요새화’(Fortress Russia)로 불린 수입대체 정책에 2015∼2020년 세출예산의 1.4%에 해당하는 2조9000억루블(약 36조54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에는 실패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이후 줄곧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2020년 말 현재 러시아 국민의 실질소득은 크림반도 병합 전인 2013년보다 9.3% 감소했다.

게다가 러시아 경제의 수입품 의존도는 오히려 악화했다.

러시아 가이다르경제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러시아 국내 제조업체의 81%가량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수입품을 대체할 자국 제품을 찾을 수가 없다고 답했다.

또 절반 이상은 자국 생산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 두 수치는 연구소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래로 가장 높았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 소매 시장에서 비(非)식품 소비재 매출의 75%를 수입품이 차지했다. 통신장비 부문에서 수입품 비중은 86%에 달했다.

수입이 2020년 러시아 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해 중국의 16%보다 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이번 서방 세계의 제재로 러시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트럭 제조사 카마스는 공급망 문제로 생산량이 최대 40% 감소하고 직원 1만5000여명이 일거리가 없는 처지에 놓였다.

독일국제안보연구원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인 야니스 클루게는 “수입대체 전략은 러시아를 서방 제재로부터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같은 작은 경제가 복잡한 첨단기술 제품을 자체적으로 제조할 수 없기에 러시아의 이런 계획은 시작부터가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단, 중국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상품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서방 세계와 안 좋은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중국이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어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제품은 러시아의 수요를 맞춰 줄 수 없을 것이라고 WSJ은 관측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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