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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1억 만들기 통장’천문학적 지원예산 해법은?
윤석열 당선인 금융공약 톺아보기
주 납세층 35세이상 수혜 사각지대
‘청년도약계좌’ 불공정 악화시킬 수도
대출규제 완화 LTV 70%로 올려도
DSR 묶어 놓으면 고소득자만 유리
서울 집값 더 뛰고, 지방 타격 전망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가계부채 관리를 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은 최초의 정부.”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의 금융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말마따나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이나 유세 및 토론 과정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지난 대선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대한 심판 성격이 컸고, 실정 핵심에는 대출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금융공약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과 수요를 억제해왔던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내집 마련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청년층에게는 집을 살 수 있는 기초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1억 만들기’를 지원한다.

▶LTV, 총량규제 완화… DSR은? = 윤 당선인의 공약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담보인정비율(LTV) 완화다. 현재는 전국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비규제지역으로 나눠 LTV를 차등 규제하고 있는데, 지역과 상관없이 70%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80%로 완화해준다. 다주택자에게만 40%, 30% 등으로 규제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이 내집마련을 위한 사다리로서의 기능을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5000만원 수준인데,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은 4억8500만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출을 빼고도 7억원 가까운 돈을 가지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부모한테 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수저나 현금부자만 집을 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LTV가 70%로 높아지면 대출이 8억원으로 늘어나, 3억5000만원만 가지고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80%를 적용받는 신혼부부 등은 9억2000만원이 대출돼 2억원 가량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다만 이는 LTV만 고려한 것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총량 규제와 같은 다른 대출 규제를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은 현재 은행권 40%, 비은행권 50%로 규제가 시행 중이다.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LTV를 풀어봤자 실제 늘어나는 대출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연소득 1억원 맞벌이 부부가 DSR 40%를 적용받아 대출받을 수 있는 주담대(금리 4%, 만기 30년)는 7억원이 한계다. 2금융권까지 간다면 9억원까지도 가능하다. 소득이 줄어들수록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LTV만 완화하고 DSR을 그대로 둘 경우 고소득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당선인은 DSR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긴축 및 자산 가격 축소 신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DSR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DSR은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인수위 관계자의 입장도 알려졌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사별 총량 규제는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별 금융사에게도 그에 맞춰 대출증가율을 부여한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셧다운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같은 총량 규제 때문이다. 이는 법령 상 근거 없이 당국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인데다, 과도한 관치라는 논란이 있기 때문에 완화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금리 역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상승해 연 6%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기준금리를 여섯차례 올릴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아무리 LTV, DSR을 풀어줘도 금리가 오르면 많은 대출액을 감당해내기 어렵다. 다만 윤 당선인은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해 3년간 최대 4억원의 저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해 이런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LTV를 70%로 완화할 경우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현재 LTV 규제로 집값을 눌러놓은 것은 서울, 수도권과 일부 지방 대도시에 한정되기 때문에, 규제 완화의 덕을 보는 것도 이들 지역뿐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지방 중소도시는 다주택자의 LTV를 4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으로 인해 주택 구입 수요가 지금보다 더 억눌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에게 내집마련 종잣돈 1억을… 집없는 중년은? = 윤 당선인의 또 다른 중요 금융 공약은 청년 자산 형성 공약이다. 청년도약계좌가 대표적이다. 이는 19~34세 청년이 소득에 따라 30~7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가 여기에 더해 일정액(40만~0원)을 지원하는 적금 상품이다. 70만원씩 연리 3.5%로 10년간 모을 경우 1억원이 된다는 점에서 ‘1억 만들기 통장’이라고 불린다. 집값이 너무 상승해 주택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청년은 내집마련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는 불만이 커지자 자산 형성의 종잣돈을 마련해준다는 취지로 마련된 정책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 사업에 5년간 7조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20~34세 취업자는 630만명 정도이며, 이들이 모두 도약계좌를 가입해 매월 최소 지원금액인 10만원씩만 받는다고 할 경우 한 해에만 7조5600억원 예산이 소요된다. 당초 예상의 다섯배가 들어가는 셈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5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올해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할 경우 당장은 1987~2002년생 까지 16개 해에 태어난 인구가 대상이지만, 10년 뒤에는 지금 청소년인 이들까지 청년이 되기 때문에 1987~2012년생까지 26개 해에 태어난 인구가 대상이 된다. 그만큼 소요 예산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세대별로 재원을 부담하는 세대와 지원을 받는 세대가 불일치해 불공정하다는 점도 문제다. 경제활동 주기 상 세금을 많이 내는 세대는 35세 초과 중장년인데, 이들은 혜택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2022년 생애주기별 지원 현황(확정예산 기준)을 보면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층은 비중 19.1%인 65세 이상 노년층이며, 두번째는 19~29세 청년층(11.0%)이다. 30~49세 중년층의 지원 비중은 10.2%, 50~64세 장년층 비중은 9.3%였다. 청년도약계좌는 이런 불공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당선인 공약집을 보면 세대별 지원책으로 아이, 청소년, 청년, 어르신 등 항목이 있는데 중장년은 빠져 있고 대신 엄마아빠라는 항목이 있다”라며 “중장년이 되도록 자산형성을 못한 이는 사회적으로 더 약자에 속할 텐데 이들이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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