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독감 수준 치명률’에 숨지 말고 엄혹한 현실 직시해야

정부가 사적 모임 인원을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되,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은 오후 11시를 유지하는 거리두기 방안을 2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애초 2년 넘게 희생해온 자영업자 등 민생을 고려해 이번 조정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까지로 늘리는 등 거리두기 전면 해제 직전 단계까지 나아갈 참이었지만 최근 확진자 폭증 사태에 부딪혀 주춤하는 모양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일 새 140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치솟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국 외에 유례가 없는 하루 60만명대 감염(17일 기준)에 직면하기도 했다. 사망자는 하루 500명에 육박하면서 화장장 대기가 극심해 5~6일 장례가 다반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재택치료자 또한 200만명을 넘어섰고 정말 필요할 땐 의료기관과 연락도 제대로 안 돼 ‘재택 방치’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급기야 “지금 한국은 ‘코로나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험한 말까지 들린다.

모든 지표에서 방역모범국이던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세계 최악의 확진자 폭증국으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방역 기조가 위증증·치명률 관리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방역패스를 풀고 확진자 동거가족의 격리 의무를 없앴으며 영업시간도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하는 등 일상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스텝을 밟았다. 신속항원키트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하는 방침도 한몫했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외에는 감염돼도 재택치료로 나을 수 있고, 걸릴 만큼 걸리는 정점기를 지나면 우리 사회의 자연면역력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오직 두려워할 것은 치명률인데 최근 4주간 코로나19 치명률이 0.1%보다 낮아 단기 치명률은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워낙 많아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아보이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독감으로 하루 사망자가 400명을 넘은 사례가 없다는 것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확진됐다가 격리가 해제된 이후 사망하는 경우는 집계에서 빠지는 것을 고려하면 숨겨진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3년째를 맞으면서 정부가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 체계 대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를 믿고 따르면 일상을 되찾는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데에 있다. 유행의 고비마다 엇박자를 내면서 ‘양치기 소년’ 같은 불신이 쌓였는데 이번에도 유행 정점을 오판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치명률 착시에 숨지 말고 사망자 수 자체를 줄이는 데에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