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베로니카 스크보르초바 연방의생물학청(FMBA) 청장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4차 평화회담이 매우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포톨랴크 고문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벌이는 평화회담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블룸버그·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진행한 전화통화 뒤 낸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은 합의에 도달하려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가 진행 중인 회담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평가를 공유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애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에선 지난 14일부터 열리고 있는 4차 회담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나왔는데, 푸틴 대통령은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연합 지도부가 어제 우크라이나 군대가 도네츠크 중심부 주거지역에 접속탄을 사용한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상자를 낸 범죄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무시한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 등에서 무차별 포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와중인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립을 인정한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통제 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의 피해 상황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크렘린궁은 “두 지도자는 돈바스공화국을 보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한 상황, 민간인 대피 조처 등 인도적 측면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협상단 쪽에서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에 속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려 “(협상은) 내일(16일) 계속 하겠다. 매우 어렵고 끈질긴 협상과정”이라며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타협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불과 6시간 전 4차 회담 속개 사실을 알리면서는 “핵심 협상 채널이 재개됐다.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러시아군의 철군과 휴전”이라고 설명했다.

4차 회담이 14~16일로 계속 늘어지면서 마라톤 협상 성격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진전 사항도 감지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 “수년간 나토의 문이 열려 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는 러시아 측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이런 가운데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이 16·17일 각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날 밝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터키가 휴전 중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엔 무장 무인기(드론)를 판매했고, 러시아는 중요한 무역·에너지 분야 파트너인 데다 100명이 넘는 터키 시민이 마리우폴에 발이 묶여 있어 터키로선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다. 터키 외무장관은 지난 10일 자국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간 첫 대면회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