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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희의 현장에서] 유권자에 ‘감염병자’ 지칭…넋나간 선관위

“감염병자에게만 그런 시혜적인 법을 만들자는 것은 보통선거 원칙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지난 2월 10일 국회에선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대통령선거 당일 수십만명의 확진자 발생이 우려되자 확진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이 계획이었다. 당일 회의록을 보면 선관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거시간 연장에 반대 의사를 표했는지 확인된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은 확진자를 ‘감염병자’라 칭했고, 확진자의 투표 참가가 보통선거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으며 투표시간 연장은 ‘시혜’라 했다. 선관위의 설립목표 중 하나는 ‘유권자 중심의 선거관리 강화’다. 그의 말대로 투표시간 연장이 시혜라면 확진된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을까.

애초 국회에선 확진 유권자들의 투표시간을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3시간 동안으로 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결국 국회는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7시30분으로 당겼다. 오후 8시도 아니고 애매하게 30분 단위로 끊어진 이유도 당일 회의록에 자세히 나온다. 박 사무차장은 “1시간반만 연장해도 자정이 넘어간다. 그러면 개표도 2교대로 해야 한다. 여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늦어지면 개표인원을 더 뽑아, 돈을 더 줘야 하기에 오후 9시까지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선거시간 연장을 ‘일몰법’으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행히 이 주장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우편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최종 무산된 것 역시 선관위의 반대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선관위는 올해 1월 국회 회의에서 나라별 우편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모두 다르고, 근본적으로 대리투표 가능성을 막을 수 없으며, 추가 재정(82억)이 필요하다며 우편투표 실시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선관위의 ‘우편투표 불가’ 주장은 그러나 이미 미국·일본·호주·캐나다·영국·독일이 해외 거주 국민에게 우편투표가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국회 관계자는 “우편투표 실시가 불발된 이유는 선관위 반대 탓이 크다. 일을 안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선관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난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김 사무총장은 아들을 인천 선관위에 특혜 채용하고 임직 6개월 만에 승진시켰으며, 해외출장을 보냈다는 의혹도 받는다. 공무원사회에서 선관위의 위세는 대단하다. 선관위는 대법관이 수장인 헌법기관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은 국가 의전 서열 6위에 해당하는 초고위직이다. 이번 대선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여전하다. 국회에선 여야 불문, 선관위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다. 선관위는 꿈쩍도 않는다. 여전히 선관위 위세는 대단하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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