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의료데이터 활용 절실하다

데이터 이코노미 시대다. 2년 전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 정보의 산업적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정부도 한국판 뉴딜정책 발표를 통해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 추진에 노력해왔다. 바야흐로 데이터 댐에 쌓인 빅데이터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원유로 작용하는 시대에 들어선 셈이다.

보험은 전형적인 데이터 기반 산업이다. 보험회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민영건강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보험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고령자와 유병력자, 난임 시술 등으로 보장을 확대하고, 질병의 사전예방을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와 건강증진형 상품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다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공공의료데이터의 활용은 필요하다.

보험산업에서 공공의료데이터의 활용 목적은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건강 위험의 분석과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건강 위험에 따라 맞춤형 보장을 제공해 보장 공백을 해소하며 ▷건강 위험에 비례한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데이터3법 시행으로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기반은 마련됐으나 공유에 대한 정보 유출과 영리목적 활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보험회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일부 의료계나 시민단체에서는 보험회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료의 할증이나 보험가입 거절 등의 상업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익명 정보를 통계값으로 반출하는 건보공단의 뛰어난 보안시스템과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피해를 주는 상품을 개발할 수 없도록 보험업법에 따라 철저히 감독검사하고 있는 현 금융감독 시스템을 고려할 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기인지우(杞人之憂·쓸 데 없는 근심)로 정작 이 시대에 필요한 역할을 시작도 못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사전 지침을 통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시 신속히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기제를 만들어 해결해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감독 당국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데이터협의회(가칭) 설립을 제안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국민의 양질 의료 서비스 수요도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과 개인 의료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헬스케어 패러다임이 일상생활에서 개인맞춤형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건강보장의 사회안전망으로서 한 축을 담당해온 보험산업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보험산업을 사회안전망의 굿파트너로 인정하고 초고령사회에 공동대응하는 것이 절실하다.

데이터 경제 시대, 의료 빅데이터 댐의 단물을 길러서 그동안 방치된 건강보장 사각지대에 싹을 틔워보자. 이를 통해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 실현에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