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한국 드라마 틀어막던 중국이 갑자기 왜?”
유독 한국 콘텐츠에 콧대를 세웠던 중국이 최근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6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통과시키며 중국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시장 진입을 허용한 것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국 최대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는 최근 한국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업로드하고 공식 서비스에 나섰다. 아이치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서비스된 것은 지난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OTT ‘넷플릭스’를 발판으로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중국 OTT 역시 뒤늦게 한국 드라마 서비스를 재개하며 경영위기 탈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부터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을 시행하며 드라마와 게임 등 한국 콘텐츠를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광전총국(방송규제 당국) 심의를 통과한 한국 드라마가 됐다. 올해 1월 심의를 신청했고, 한 달여 만에 심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택한 아이치이는 ‘중국판 넷플릭스’로도 불린다. 앞서 국내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와 ‘지리산’에도 투자하며 한국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한때 초고속 성장세를 자랑했으나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15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숏폼)시장이 커지면서 광고수익이 줄었고, 인기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시청률 하락을 겪고 있다.
아이치이 유료 가입자 수는 2019년 2분기에 1억명을 넘어섰지만 이듬해 3분기 이후부터 세 분기 연속 감소해 현재 1억4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국 아이치이는 지난해 12월 VR사업부를 제외한 모든 부서 인원의 30~40% 감축을 선언하는 데에 이르렀다. 이는 아이치이 창립 후 사상 최대 규모다.
아이치이의 투자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에 이례적으로 문을 연 만큼 그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치이에 따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첫 방송을 시작한 3일 아이치이 드라마 인기차트 9위에 올랐고, 4일에는 7위까지 올랐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오랜만에 중국의 높은 벽을 넘으면서 그동안 한국 콘텐츠에만 유독 콧대를 세웠던 중국 내 기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조심스럽게 중국 수출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를 기점으로 ‘온전히 한한령이 해제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지난 6년간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수차례 번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화된다면 드라마 제작사에는 영업이익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