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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3차 오일쇼크 공포 엄습, 스태그플레이션 경계할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검토하면서 국제유가가 단숨에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13년8개월 만의 최고치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실제 원유 수출 차단에 돌입하면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7일 12.9원 급등해 1227.1원에 마감했다. 1년9개월 만에 1220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는 서방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이자 최강의 제재 옵션으로 꼽힌다.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만 세계 공급량의 11%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틀어막으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약화와 세계 경제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뜩이나 밀 등 곡물 가격과 니켈·철광석 등 산업용 원자잿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밥상물가와 공산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데 핵폭탄급 오일쇼크까지 얻어맞으면 세계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기업 제조원가부터 공공요금까지 전방위로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가 급등하면 소비가 둔화되고, 이는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 침체를 불러온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인데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 4%대로 점프할 수 있다. ‘고물가 속 저성장’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한국 경제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특히 해외 충격에 취약하다. 에너지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생산품을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여서다. 2차 오일쇼크 여파로 1980년의 물가상승률은 19%였고 연평균 10%대의 경제성장률은 -1.6%로 추락했다. 외부 충격이 내부의 취약한 부분과 결합하고 정부가 대응을 미숙하게 하면 충격이 증폭되면서 70년대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3차 오일쇼크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유류세 인하 연장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자 불온시했던 원전을 고육지책으로 꺼내 든 모양새다. 말이 나온 김에 정비를 명분으로 5년간 세워놓은 한빛4호기, 1조원 가까이 쓰고도 공사를 중단한 신한울3, 4호기의 가동과 공사 재개가 이어지도록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안정적 에너지원을 방치하는 것은 자해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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