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누출로 이륙 54초 만에 엔진 화재 경고
지난 1월 추락사고로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이 순직한 F-5E 전투기에서 연료도관에 미세한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지난 1월 11일 추락해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이 순직한 F-5E 전투기에서 연료도관에 미세한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구멍에서 누출된 연료로 인해 엔진 화재까지 발생했는데 정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군은 3일 F-5E 사고 잔해를 조사한 결과 우측 엔진 연료도관에 머리카락 굵기의 구멍 2개가 발견됐고 이를 통해 연료가 누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과학적 판단은 어렵지만, 부식 등으로 인해 구멍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멍 크기가 작은데다 이륙 전에는 육안으로만 정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안쪽 연료도관 구멍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에 나선 F-5E는 결국 연료가 새면서 이륙 54초 만에 엔진 화재 경고등이 울렸다.
이 때 연료는 항공기 하부 수평꼬리날개 작동 케이블 부근까지 샜고, 이 때문에 엔진 화재 여파로 항공기 상승 및 하강기동을 제어하는 수평꼬리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이 손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료도관은 4년 전 교체한 부품으로 정비교체 기간인 600시간 비행을 채우지 않아 지난 4년간 별도의 정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공군 관계자는 “F-5E 연료도관 구멍으로 인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이전까지는 이런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점검 방법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군은 모든 F-5 계열 항공기 안전상태와 연료도관을 특별점검하고 점검 뒤 점진적으로 비행 재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심 소령의 헌신도 다시 한번 공식 확인됐다.
심 소령은 사고 당시 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선회했지만, 상하기동이 되지 않자 비상탈출을 위해 ‘이젝션’(Ejection·탈출)을 두 번 외쳤다.
그러나 정면에 민가지역을 발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군은 전했다.
심 소령이 비상탈출 의도를 밝히고 추락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있었는데 비상탈출 장치 작동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관계자는 “(심 소령은) 항공기의 상하기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횡전(수평)기동만 가능한 상태의 조종간을 잡고 끝까지 노력해 수원기지 남서쪽 약 6㎞ 지점 야산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