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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난 소호대출 상환유예로 연체율 ‘뚝’
코로나19 지원조치로 부실 착시
자영업 연체율 0.16% 역대최저
조만간 가계대출 연체율과 역전
만기연장·상환유예 총액 139조
당국, 대손충당금 산정체계 손질
은행 손실흡수능력 제고 등 고민

개인사업자 대출(소호 대출) 연체율이 꾸준히 줄어 조만간 가계 대출 연체율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자금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에도 여느 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낮은 가계대출보다 연체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등 지원 조치로 착시 효과가 강해져 잠재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은 역대 최저치인 0.16%를 기록하며 가계대출 연체율과 같아졌다. 2018년 말에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0.32%로 가계대출(0.26%)보다 높았는데, 이후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동률을 이룬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보다 낮은 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은 통상 주택담보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대출보다 연체율이 낮고 안정적인 특징을 보인다. 최근 몇년간의 집값 급등으로 가계대출 연체율도 크게 낮아졌는데 개인사업자 대출은 그보다 더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낮은 연체율의 원인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 조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2020년 4월 이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당초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등의 조치가 계속되면서 9월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말 기준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총액은 139조4494억원이다.

그 사이 개인사업자 대출은 조정 없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2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03조5166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조1097억원(0.7%) 증가했다. 지난해 9월 2조7341억원 증가한 이후 가장 증가액이 크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반대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했으며 1월 1조3634억원, 2월 1조7522억원 등 올해 들어서만 3조원이 감소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식으면서 디레버리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연 3%대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대출을 독려하는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로 가계대출 수요는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셧다운’을 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에 당국의 리스크 관리 무게중심도 가계대출에서 자영업자 대출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연체율 착시에서 드러나듯 부실채권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아 문제다. 이에 당국은 부도율 등 대손충당금 산정체계를 손질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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