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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미크론 여파’ 1~2월 헌혈자, 전년 대비 3만여명 감소
올 1~2월 헌혈자 34만여명
전년 대비 3만여명 줄어들어
가족·지인 통한 ‘지정 헌혈’은 급증
2019년 4만여건→작년 13만여건
“확진자 급증 탓 헌혈자 줄어”
“확진소식에 당일 헌혈버스 취소한 사례도”
“지정 헌혈↑…환자에 혈액 공급 책임 전가”
지난달 28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혈액보관소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헌혈 참여율이 줄어 혈액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현재 수술에 필요한 A형 혈액이 부족합니다. 지인이나 가족으로부터 지정 헌혈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달 21일 이민용(28) 씨는 할머니가 고관절이 골절돼 수술이 시급했지만 병원에서 이 같은 통보를 받았다. 가족들 사이에서 A형 보유자가 없었던 이씨는 같은 날 10명 이상의 지인들에게 헌혈이 가능한지를 물어봤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씨의 지인 2명이 헌혈을 해 줘 할머니는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이씨는 혈액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A형이 혈액형 중 가장 많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공급이 부족해 지정 헌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며 “당장은 괜찮지만 (할머니가)고령이어서 병원을 찾을 일이 잦다. 또 다시 헌혈이 필요할 상황이 생겼을 때 제때 공급을 받지 못할 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일일 확진자가 20만명을 돌파하면서 일반 헌혈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1~2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헌혈자 수가 3만여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 여파로 혈액형별로 공급량이 부족해졌다. 대신 코로나19 이후 환자가 스스로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혈액을 받는 지정 헌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적혈구체제 보유현황(혈액보유량)은 ▷A형(4.1일분) ▷B형(4.8일분 ) ▷AB형(4.0일분) ▷O형(3.8일분) 등으로, 총 4.2일분 수준이다. 연초 혈액보유량(7.6일)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적정 혈액보유량이 일평균 5일분 이상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적정량에 미달하는 수치다. 현재 혈액수급위기 4단계 중에서 가장 양호한 4단계 ‘관심’(5일분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더 심한 단계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올해 헌혈자 수도 지난해에 비해 훨씬 떨어졌다. 올해 1·2월 헌혈자 수는 각각 17만5710명, 16만7062명으로, 총 34만2772명이 헌혈을 했다. 지난해 1·2월 헌혈자 수가 20만754명, 17만7855명으로 총 37만8609명이 헌혈 한 것과 비교했을 때 헌혈자 수는 3만5837명(9.5%)이 줄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 헌혈이 줄어들자, 환자가 병원에서 필요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혈액을 기증받는 지정 헌혈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수혈용 헌혈 대비 지정 헌혈 현황을 보면 2019년 4만3794건이었다가 코로나19 국내 발호 이후 2020년에는 7만4596건, 지난해에는 13만7213건으로 급증했다. 2년 전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반 헌혈 감소세가 가속화됐다고 봤다. 김대성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수급관리팀장은 “최근 급증한 확진세로 헌혈버스 일정도 당일에 취소되는 등 오미크론 영향이 가장 크다”며 “보건복지부에서 혈액량 부족으로 의료기관에 긴급하지 않은 수술들에 대해선 연기해 달라는 지침도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정 헌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혈액 공급의 책임이 점차 의료 기관에서 환자 개인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임영애 아주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지정 헌혈은 환자의 요청으로 타인이 혈액을 기증하기에 자발적으로 헌혈기관을 찾는 경우와는 달라 무상 헌혈의 취지에 벗어난다”며 “헌혈기관이나 국가에서 헌혈을 모집해서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오히려 환자가 헌혈자를 모으는 안타까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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