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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희의 현장에서] 대선과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서방 지도자들이 당장 내일 전쟁이 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국가들이 ‘위기’를 언급하자 그에 대해 불만 섞인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키자 “외교관은 선장과 같다. 그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마지막으로 떠나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타이타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대로 ‘당장 내일’은 아니었다. 러시아는 약 한 달 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1세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규모의 국제전이 일어난 것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일이다. 수도 키예프를 떠나지 않고 결사항전하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며, 그의 지지율은 90%를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안타깝지만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으로 사망한 후 나온 그의 높은 지지율은 슬프게도 공허하다.

일주일 앞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은 큰 관심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요 경력이 코미디언이자 배우였던 사실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유력 두 후보 역시 국회의원 한 번 해보지 않은 ‘0선 대통령’ 가능성 때문에라도 그렇다. 전쟁이 나기 불과 한 달 전까지 ‘위기가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낼 정도의 안이한 상황 판단력은 ‘변방 장수’에게도, ‘26년 검사’만 해본 후보에게도 모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세기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유력 두 후보의 상황 판단은 그러나 크게 엇갈린다. 각 후보가 내세운 키워드별로 살펴보자.

이재명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안 싸우고 이기기 ▷비싼 평화 ▷외교 등을 내세운다. 윤석열 후보는 ▷한·미 동맹 ▷힘에 의한 평화 ▷강력한 억지력 등이다.

이 후보는 손자병법 구절을 인용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고, ‘비싼 평화가 이긴 전쟁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론으로 이 후보는 국가의 외교력을 꼽는다.

윤 후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은 이유가 ‘나토 가입’을 신속히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또 ‘부다페스트 협약’을 언급하면서는 종이 협약서가 무용하며 자국의 힘을 키웠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은 이유 중 하나로 강력한 동맹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져보면 두 후보 주장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이 후보가 말하는 ‘안 싸우고 이기는 것’과 윤 후보가 언급하는 ‘강력한 억지력’ 역시 모두 전쟁을 하지 않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이 후보는 외교력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윤 후보는 국방력에 방점을 뒀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모른다.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는 대한민국엔 특정 후보가 ‘이긴 이유’ 100만가지와 ‘진 이유’ 100만가지가 회자 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5년을 이끌어갈 정치지도자들에게나, 역사적 선택을 앞둔 유권자들에게나 한반도를 둘러싼 엄혹한 국제 환경과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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