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野단일화,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포수인 요기 베라의 명언이 시대와 국경을 넘나들며 2022년 대한민국 대선판을 투영하고 있다. 양강 후보의 예측 불허 백중세의 판세와 더불어 여전히 불씨를 남겨둔 야권 단일화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정치판의 불변의 진리로 여겨지지만 사전투표일을 이틀 앞둔 2일까지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싸움은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키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야권 단일화는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밝히면서 끝날 줄 알았던 야권 단일화 이슈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3일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안 후보로부터 제안받은 이래 대리인을 내세워 물밑 협상을 벌여왔고 후보 회동을 위한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지만 돌연 결렬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대해 윤 후보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며 곧장 반박에 나섰다.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서로의 불신과 갈등 속에 피로감을 키운 것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는 국정의 협치나 통합에 관한 이렇다 할 비전 공유 없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한방만 노리는 정치 이벤트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자신보다 지지율이 3~4배나 더 많은 제1야당 후보에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론조사 경선을 제안한 것도, 윤 후보가 ‘10분 담판’이면 끝낼 수 있다며 안 후보의 자진사퇴를 압박한 것도 정상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뒤끝은 여전하다. 50%가 넘는 ‘정권교체’ 여론을 끌어갈 적임자를 두고 갈등 양상인 것이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논란을 거둬들이고, 윤 후보가 물밑 접촉 라인까지 드러내면서 ‘신뢰’는 이미 깨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에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제안을 해온 적이 있다”고 말했고,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이 대표가 안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합당과 종로 보궐선거 공천 등을 제안하였다고 폭로한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이슈인 후보 단일화 문제가 현 시점에서 충분한 정당성과 효용성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양측은 정치공학적 분석이니, 권력 나눠 먹기니 무성한 추측과 소문만 남기더니 이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흠집 내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지상과제로 여러 주장을 펼쳐왔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운명과 국민의 삶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는 명분이 흐릿해졌고, 실리도 사라졌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야권 단일화 논란을 보는 유권자 심정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