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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전쟁통 대리모 쌍둥이 미숙아 출산…美부모 발동동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쌍둥이의 모습이다. 아기들은 미국 국적의 부모가 의뢰한 대리모가 출산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난 것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부모 품에 안기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쌍둥이의 어머니 얼마 누네즈 제공·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미국 국적 커플의 의뢰로 임신 상태였던 우크라이나 대리모가 쌍둥이를 낳아 화제다. 쌍둥이는 예정일보다 7주 이상 먼저 세상 에 나온 데다 삶과 죽음을 보장할 수 없는 전쟁통이어서 5000마일(약 8046km) 떨어진 시카고에 거주하는 부모에게 무사히 인계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쌍둥이의 아버지가 된 알렉산더 스펙터는 지난 24일 누가 영상통화를 걸어오는지 즉각 알아채지 못했다.

전화를 한 건 대리모였다. 지난 수주 동안 합병증으로 고생한 산모는 예정보다 7주 이상 먼저 출산을 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함락하기 위해 옥죄어 오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은 것이다.

대리모는 스펙터와 통화에서 “귀여운 두 아들이 생겼다”고 출산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체중이 각각 4파운드(1.81kg)가 넘고 머리카락도 많다고 WP는 적었다. 아기의 이름은 레니와 모이쉬로 지었다.

스펙터의 커플인 얼마 누네즈는 WP에 “우리 삶에서 가장 긴 주였다”고 했다.

스펙터는 키예프가 고향이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여성을 대리모를 선택한 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대리모를 찾으려면 10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우크라이나 대리모는 그 돈의 절반도 안 든다고 WP는 설명했다.

스팩터는 “우린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태어난 곳에서 우리 아이를 낳는 건 상징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이날 현재 아기와 대리모는 키예프에 있는 병원 지하실에 대피해 있다. 스펙터와 누네즈는 영상통화로 그 곳의 상황을 봤는데, 산모는 종이 가운을 입고 있었고 신생아는 임시 집중 치료실에 있었다고 한다.

스펙터는 이를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쟁 속에 태어난 쌍둥이 부모의 모습 [얼마 누네즈 제공]

키예프에 있는 의료진은 아기 부모에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떨어진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최소 나흘 더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누네즈는 “궁극적인 목표는 쌍둥이가 폴란드나 리비브 같은 우크라이나 서브의 더 안정적인 도시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태어났어도 아기를 품에 안는 데엔 수없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대사관은 폐쇄됐고, 군용 차량이 도로를 막은 상황이다. 구급차는 전쟁에 투입됐고, 곳곳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있다.

아기 부모는 미 국무부가 지금까지 도움을 줄 수 없었다고 했다. 미 상·하원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고도 했다. 국제 대리모 기관의 우크라이나 직원은 이미 대피했다.

아기 부모는 전투가 격화하면 시간이 그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대리모 기관이 정한 규칙에 따르면 대리모는 아기의 부모에게 연락 등을 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 부모는 이 대리모를 통해서만 아기와 접촉할 수 있는 처지다.

누네즈는 “우리 생각으론 대리모가 우리 아이들을 낳았지만, 그녀가 가족과 함께 자신을 구해야 한다고 결정하면 어떻게 되나”라면서 “아기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이 부부를 돕겠다고 했지만, 쌍둥이를 키예프에서 서부 우크라이나로 옮기기 위한 특수 의료 교통편이나 폴란드 국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부부는 폴란드로 갈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로 들어갈지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스펙터는 “태어난 두 생명이 있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아주 힘들었는데 전쟁 지역에서 갖게 됐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희망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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