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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러 국제결제망서 퇴출, 한국경제 파장 기민 대응해야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 조치로 결국 최고 수위의 경제제재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를 축출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스위프트는 200여나라 1만1000여 금융기관이 이용하는 국제 송금·결제 시스템이다.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달러 결제가 안 돼 최악의 경우 원유, 천연가스 수출이 중단되고,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6300억달러도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없게 된다. 대외금융과 무역거래를 원천 차단하고 가지고 있는 달러마저 못 쓰게 만들어 국가 재정를 무력화하겠다는 초강력 조치다.

스위프트는 프랑스 재무장관이 ‘금융의 핵무기’라 부를 정도로, 서구 동맹국들이 아껴놓은 비장의 무기다. 하지만 원유의 26%,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EU(유럽연합)로선 상당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러시아 금융기관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도 피할 수 없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는 이런 이유로 스위프트 제재를 접어야 했다.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유민주 진영에 대한 심대한 도발로 규정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연대해 스위프트 제재 우회로를 만들려 하고 있고, 모든 핵무기 감축 조약으로부터 탈퇴하겠다며 역으로 미국 주도의 서방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소련 해체 이후 30년 만에 신냉전이 펼쳐질 조짐이다.

우리 정부도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좋든 싫든 신냉전 체제에 편입되게 됐다. 당장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이 가져올 파장이 ‘발등의 불’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0위 교역대상국으로 현재 40여개 주요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계약을 맺은 선박 수주 규모만 12조원에 달하는데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네온·크립톤·제논 물량 상당 부분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것이다.

사정이 나은 대기업의 경우 몇 개월은 버텨나갈 형편이 되지만 중견·중소 기업들은 대금도 못 받고, 수출길까지 막힐까 전정긍긍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러시아에 앞서 스위프트 퇴출 제재를 받은 이란의 사례를 원용해 파장을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러시아 현지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을 찾는 등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다. 기업이 대금을 받지 못했을 때 무역보험이 적극 개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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