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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조정 더 이상 못해” 매물 거두는 집주인들 [부동산360]
거래절벽에 호가 낮춘 매물도 거래 안되자
집주인들 매도 포기하고는 “버티겠다”
대선 후 가격 상승 기대감에 조정폭 크지 않아
“치열한 눈치보기 국면, 대선까지 이어질 것”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석 달 전 서울 강북권의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내놓은 2주택자 A씨는 조만간 매물을 거둬들일 계획이다. 호가를 시세 대비 7000만원 낮추고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고도 밝혔지만 매수문의가 없어서다. 부동산에선 호가를 더 낮추라고 했지만 A씨는 더 이상의 가격 조정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각종 세금과 부대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을 더 낮추면 계산이 안 나온다”면서 “일단은 매도를 포기하고 시장 분위기가 나아질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가를 낮춘 수천만원 낮춘 매물도 나가지 않자 매도를 포기하는 집주인이 하나둘 나오는 모양새다.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사정이 급한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고 나섰지만 그마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대선 이후를 지켜보겠다며 ‘버티기’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매수심리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매도심리까지 꺾이면서 매도·매수자 간 눈치보기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71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126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그보다 더 쪼그라든 형국이다.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 있으나 일주일이 채 되지 않고 시장 분위기도 위축되는 추세라 전달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것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여력이 줄어든 데다 대선 이후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3을 기록했다. 2019년 7월 넷째 주(87.2)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 주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간 뒤 15주째 매수자 우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도심리까지 가라앉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현장의 목소리다. 극심한 거래 가뭄에 사정이 급한 일부 매도자의 매물을 중심으로만 거래가 체결돼 왔는데 그마저도 매수가 끊기고 추가 가격 조정까지 줄 잇자 매도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노렸던 일시적 2주택자 중 기한 내 매도를 못한 이들도 2주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대선 이후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와 달리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매도자가 많아 일정 수준 이하로는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매도자로서도 급할 게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매수자와 매도자 간 적정한 가격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2주택자라고 밝힌 B씨는 “한 채를 매도하고 싶지만 실거래가가 너무 많이 빠졌다. 양도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얼마 없을 것”이라며 “일단은 계속 보유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거래량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왔고 실제 현장에선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과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의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어 치열한 눈치보기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주택자의 적극적 매도도, 무주택자의 적극적 매수도 어려운 거래절벽 현상이 대선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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