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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막말과 독설, 조롱…정치혐오 키우는 최악의 저급 대선

대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유력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도 모자라 ‘최악의 저급 선거’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쓸 판이다. 미래 전략과 비전 전파는 뒷전이고 어설픈 퍼포먼스 경쟁에 몰두하고, 거대 담론이 오가야 할 토론에서는 독설만 가득하다. 표만 된다면 못할 말이 없다는 기세다. 선거전 판세가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이라고 하나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막판 유세전을 벌이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입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안보 공약에 대해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고 했고,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바보라서 그런가, 몰라서 그런가”라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욱이 윤 후보의 적폐 청산을 언급하며 “감히 임명권력이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드나”라고 했다.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품격은 고사하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윤 후보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현 정권을 비판하며 “대통령이 바보짓하고 정부가 멍청한 짓하지 않으면 국민이 왜 못살겠느냐”며 독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 후보에 대해서도 “이재명이 유능하다는데 불법에 유능한 것”이라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다. ‘히틀러’ ‘좌파혁명세력’ 등 철 지난 색깔론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이 윤 후보에게 듣고 싶은 것은 정권 비판 막말이 아니라 그 대안이다.

혐오와 증오, 조롱의 선거판에 중앙선거관리위원마저 가세한 듯해 더 당혹스럽다. 선관위는 민주당이 요청한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등의 공개 표현을 허용했다. 반면 야당의 ‘법카로 산 초밥, 소고기’ ‘불륜·전과자’ 등의 표현도 용인했다. 선관위는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차원이라지만 선거 심판으로서 품격 선거전을 이끌어야 할 의무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되레 흑색선전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문화는 최후진국 수준임이 이번에 거듭 확인됐다. 선거전의 네거티브는 필수라지만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그런데 여야 가릴 것 없이 이것을 넘어섰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도 넘는 네거티브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최소한의 품격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그게 누구든 지도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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