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서울아파트매매의 약 20%
세금회피 가족간 증여 가능성 커
국토부, 4월 사실상 전수조사키로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주택 시장이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급매물 위주로 움직이면서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에 거래가 성사되는 ‘이상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거래는 상당수 직거래로 이뤄지고 있어 편법 증여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대거 출회하는 상황을 틈타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진구 광장동 광장현대3단지 59.7㎡(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4일 6억6000만원에 손바뀜한 것으로 신고됐다. 직전 체결된 거래가이자 최고가인 12억7000만원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다. 아무리 급매물이 늘어나는 시기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단지는 특히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어 최근 줄이은 매물 출회에도 시세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같은 달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84.9㎡는 20억8273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31억원에 최고가 거래 신고가 이뤄졌다가 해제됐던 물건으로 29억원에서 33억원까지 매물 시세가 형성된 아파트다. 최근 시세 동향을 고려하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낮은 거래가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3단지 70.7㎡가 직전 거래가격 대비 6억원 내린 10억원에 손바뀜되기도 했다.
고점 대비 수억원 이상 저렴한 값에 이뤄진 이들 거래는 모두 직거래였다.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거래 당사자끼리 체결하는 직거래는 주로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이뤄진다. 그러나 일부는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등 특수 관계에서 편법으로 증여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상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 낮은 금액에 거래돼도 정상 매매로 인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의도다.
실제 저가 직거래의 상당수가 증여성 거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쪼그라든 주택 매수심리에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장이 형성되면서 시세가 속속 하락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저가 거래가 신고되면 관련 문의가 많이 오는데 직거래의 경우 통상 세금을 줄이기 위한 가족 간 증여일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직거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직거래가 모두 증여성 거래라고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눈에 띄게 가격이 떨어진 사례는 증여성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58건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중 19.5%인 206건이 직거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9.4%, 12월 12.5%에 이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수치는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있어 변동될 수 있지만 직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가 꺾이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실거래 계약을 보면 16개 단지에서 전 고가 대비 하락 사례가 포착됐고 초소형을 제외한 아파트의 평균 하락 금액은 3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평균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거래량 자체가 워낙 적은 데다 일부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특이거래까지 포함 있다 보니 통계만으로는 시장의 가격 흐름을 정확하게 집어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중과세 조치에 따른 조세 부담 때문에 증여는 물론 증여성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격 하락 시기엔 낙폭이 크다 보니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증여성 특이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증여성 거래 의심 사례에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4월 특수관계인 직거래에 대한 사실상의 전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편법 증여가 적발되면 국세청에 통보하고 그 과정에서 명의신탁 등의 범죄가 있을 경우 수사도 의뢰할 계획이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