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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하락 인식 보편적”이라는 홍남기의 ‘오버’[부동산360]
몇몇 지수로 집값 ‘하락추세’ 판단 ‘과장’
KB국민은행 통계는 여전히 집값 상승중
“하락 대 상승, 어느 쪽도 보편적 인식일 수 없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최근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지나 추세적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 집값 하락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가격하락 기대가 보편적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는 ‘보편적’이란 단어까지 동원해, 국민들 대부분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부총리가 이런 판단의 근거로 삼은 건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2월 둘째주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이 3주 혹은 4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집값 하락 지역이 94곳까지 늘었다는 점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가 2월 기준 97을 기록하면서 1년 9개월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는 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먼저 짚을 점은 한국부동산원 집값 통계는 유달리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등 다른 조사 기관에 비해 하락 폭과 추세가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예를들어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는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로 월간 기준은 물론 주간기준으로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같은 2월 둘째 주 기준 수도권은 0.02%, 서울은 0.01% 올랐다. 이 기간 부동산114 기준으론 서울 25개구 가운데 상승한 곳은 12곳, 보합 10곳, 하락 3곳이지만, 부동산원 기준으론 서울 25개 구 가운데 22개구가 하락했다.

어느 쪽 조사가 더 신뢰가 가는지는 보는 사람들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다만 이렇게 조사 기관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한쪽 자료만으로 ‘보편적’ 하락 추세로 결론짓는 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CSI를 따져도 그렇다. 97이라는 건 집값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에 비해 조금 많아졌다는 뜻일 뿐이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상승과 하락전망이 똑같다면 100인데, 100 밑으로 떨어졌다는 건 하락 전망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사실 97 정도면 상승과 하락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 이걸로 ‘하락 기대가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건 ‘너무 과장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방식으로 KB국민은행이 중개업자들을 상대로 거래동향을 조사하는 ‘매매거래지수’가 있다. 2월 둘째주 기준 수도권 매매거래지수는 2.1이다. ‘한산함’이라고 답한 사람이 98%나 된다. 이 정도는 돼야 ‘보편적’이란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이날 “주담대 규제 우회대출에 대한 대응“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직접 적용받지 않는 대부업자를 통해 돈을 빌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홍 부총리는 ”제2금융권을 경유한 규제 우회대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저축은행 등이 대부업자에게 관련대출을 취급하는 경우에도 LTV규제를 적용하는 행정지도를 내년 3월까지 1년간 추가 연장한다“며 ”주담대 규제를 회피하려는 다양한 형태의 대출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의를 하는 배경을 유추해보면 ‘집값 하락 인식이 보편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지 금방 느껴진다. 정말로 집값 하락 인식이 보편적이라면 대부업자를 통해서라도 돈을 마련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걱정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잠시 집값 하락기였던 박근혜 정부 때를 떠올려 보자. 당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LTV를 대폭 완화하면서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겨 논란이 됐다. 그런데도 집을 사는 사람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집값이 정말 하락할 때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독려해도 집을 사지 않는다.

사실 최근 시장 분위기는 2020년 상반기와 비슷하다. 2020년 5월 한은의 주택가격전망CSI는 96까지 내려갔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이 3월부터 9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할 정도로 침체됐다.

당시에도 전년 말 발표된 규제대책이 시장의 거래를 꽁꽁 얼게 만들었다. 직전 발표된 12·16대책은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 규제비율 강화,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 등 돈줄을 잡는 대책이 중심이었다. 종부세 세율을 인상했고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도 높아졌다.

집을 사기 어려우니 시장엔 거래가 종적을 감추고 급매물만 거래됐다. 자연스럽게 호가도 떨어졌다. 집값 폭락론이 어느 때보다 기세를 펼치며 확산됐다.

하지만 당시 6월 이후 집값은 오르기 시작해 2020년 말 결국 연간 기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한 해를 마감했다. 올해는 어떨까. 당시엔 입주물량(공급)이 많았는데도 올랐다. 올해는 입주량이 급감한다. 가계부채 상황은 지금이 더 나빠졌다. 집값에 대한 각종 지표와 변수가 제각각인 데 지금 집값에 대해 보편적으로 하락한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한가.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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