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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尹·安 단일화 결렬, 연합·협치 정신은 놓지 말아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대선판은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섰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부의 무게추가 야권으로 기울어질 수 있었으나 현재 4자 구도가 그대로 유지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박빙 양상이 이어지게 됐다.

단일화 결렬의 책임은 일견 윤 후보와 국민의힘쪽이 더 커보인다. 윤 후보는 ‘담판’ 방식을 고수한 채 1주일을 흘려 보냈고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결단을 ‘거래’로 폄하하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분명 있다. 유세차 사고를 겪은 상중에 안 후보의 사퇴설과 경기지사 출마 요구설까지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정치 모리배’짓을 서슴지 않아 모욕을 느꼈다는 안 후보의 언급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나”라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안 후보 발언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단독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우리 몫을 내주면서까지 단일화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당 내부의 냉소적 시각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애초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받을 리 만무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안 후보가 던질 때부터 단일화 결렬은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는 역선택의 가능성 때문에 윤 후보로서는 모험을 감행하는 일이다. 지지율에서 상대보다 서너 배 앞서고 있는 후보에게 모험에 나서라며 등을 떠미는 것은 가혹하다. 안 후보의 제안이 단일화 무산에 따른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제스처였고 이번 결렬 선언으로 확인됐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안 후보의 마이웨이 선언으로 대선판은 ‘2강-1중-1약’의 구도로 원점 회귀했다. 당장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TV 토론에서 경제정책을 두고 맞붙게 됐다. 합종연횡의 단일화 변수가 비전과 정책 경쟁을 빨아들이는 대선판의 블랙홀이 될 우려가 컸다는 점에서 경쟁의 본질을 회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안 후보의 단일화는 결렬됐지만 공동정부 또는 연합·협치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진영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정신까지 무산돼선 안 된다. 양강 중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 양당 구도를 혁파해 보수와 중도, 진보와 중도가 타협과 연합하는 다당 구도로 바꿔야 한다. 권력을 나누고 위정자들이 협력해 집단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국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다원화 시대 각계각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다. 정치연합을 시도했던 윤·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훗날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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