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고물가·고금리, 만병의 근원돼버린 재정 적자

17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나타난 지난 한 해 동안의 나라살림 가계부는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데도 돈 관리를 못해 미래가 불안한 집안의 그것처럼 보인다.

돈 쓸 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때 제대로 쓰지 않아 곳간만 축냈다. 제 몸 치장하기에만 바빴던 시어머니의 책임이 크지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곳간을 열어젖힌 며느리도 할 말은 없다. 덕분에 어린 식솔들만 힘든 세월을 보내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친 확대재정은 인플레를 불러오고 물가를 자극하며 금리까지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만병의 근원이란 얘기다.

지난해 정부의 총지출은 604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보다 50조원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경제에 돈을 돌려야 할 필요는 있었다. 코로나 피해 극복 지원, 방역대응을 위한 1, 2차 추경 50조원이 더 풀렸다. 애초부터 빨간색으로 짜인 예산은 추경으로 적자가 9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나마 30조원 적자로 방어된 것은 60조원 가까이 늘어난 국세 덕분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285조5000억원) 대비 역대 최대인 58조5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무려 20%의 증가율이다. 역대 최대치임은 물론이다. 나라 경제는 4% 성장했는데 세금이 20%나 늘었다. 놀라운 일이다. 거의 천운이다. 세금뿐 아니다. 세외 수입도 30조원 선이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자산운용 수익도 40조원이나 된다. 모두 애초 기대나 예상을 넘어선 수치들이다. 돈 줄은 든든했다.

예상보다 선방이라 해도 적자는 빚이다.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12조원, 2020년 71조2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다. 빚은 시장에서 국고채 발행으로 메운다. 해마다 늘어나는 국고채 발행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80조6000억원이나 된다. 발행 잔액도 858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도 지난 1월에만 벌써 15조4000억원의 국고채가 팔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생기는 악순환의 고리다. 재정 적자 확대는 결국 고금리로 이어진다. 이미 시장에선 벌어지는 일이다.

국고채의 평균 조달금리는 2.18%에서 2.31%로 올랐고, 최근엔 2.7%(10년물 기준)나 된다. 국고채 금리는 금융채를 비롯한 시장 실세 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변동부 대출금리를 밀어올린다. 안 그래도 팽창 재정으로 생긴 인플레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고채가 아픈 곳을 또 때리는 셈이다.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