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강원도 한 고교에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 사건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징역 9년에서 7년으로 감형한 법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숨진 여고생 A양의 어머니와 강원여성연대는 16일 춘천지검·춘천지법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부당한 선고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지 마라"고 비판했다.
A양의 어머니는 "가해자는 3년 가까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며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고 오열했다.
이어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계속해서 아이에게 2차 가해를 하고, 가해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수치심과 고통, 상처를 줬다"며 "파렴치한 가해자 때문에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한 딸이 곁을 떠났다"고 호소했다.
A양의 어머니는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거듭 소리치며 "아까운 목숨을 잃은 제 딸을 위해 법의 정의에 맞게 딸을 죽인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여성연대도 "가해자의 형량을 올리기는커녕 7년으로 줄이면서 진심으로 고심했는지 묻고 싶다"며 "사법부는 지금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인지 묻고 또 묻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피해 여성들의 재판이 피해자 중심의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라"고 요구했다.
A양의 어머니는 기자회견 뒤 재상고를 위해 '이 사건 범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피해자 변호사 의견서와 A양이 남긴 유서 원본 등을 법원과 검찰에 제출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2부(견종철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치상죄로 기소된 이 사건의 가해자 B(21)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B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9년 6월 28일 A양과 단둘이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심 끝에 양형기준(5∼8년) 안에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치상죄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한편 B씨는 징역 7년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15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그동안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 사건의 상고 제기 기간은 이날까지로, 검찰은 아직 상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