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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지침 반발’ 자영업자들 “21일부터 24시간 영업”…삭발식도
코자총, 15일 서울 광화문서 ‘정부 규탄 총집회’
“자영업자 처우 개선되지 않으면 24시간 영업”
집회에서 삭발식…머리카락 청와대 측에 전달
자영업자들 “손에 남은 건 압류독촉장뿐” 울먹
코자총 “정부 상대 집단 손해배상소송 제기할것”
500여명 몰려…200여명 현장에 못가 실랑이도
경찰도 4개 중대 250명 투입…집회 관리 나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열었다. 집회 도중 열린 자영업자들의 삭발식.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 방역지침에 맞서 처우가 개선이 되지 않으면 24시간 영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를 열고 단체 삭발식을 가진 뒤 청와대까지 행진, 자른 머리카락을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15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열고 "자영업자에 대한 처우가 즉각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방역지침에 저항하고 21일부터 24시간 영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경찰 4개 중대 250명이 투입돼 질서 유지를 위한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신고 인원인 299명 이상이 집회 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주최 측인 코자총도 집회 참가자들의 명단을 적는 등 방역지침을 지켰다. 주최 측 추산 500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방역지침 때문에 200여명이 집회 장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집회 인원이 다 찬 이후에도 행사장으로 입장하겠다는 일부 자영업자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우리 자영업자 26명이 극단선택을 했다"며 "이번 거리두기 조치 이후 더이상 법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우리 모두 24시간 영업하기로 결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표는 "추경 중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협의한 24조원으로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손실 보상을 할 수 있겠느냐"며 "3개월 손실보상금으로 1조원밖에 주지 않아놓고 폭을 넓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손실 보상을 해준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도 "오미크론 확산으로 정부의 방역 조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며 "그동안 방역지침을 준수해온 자영업자들은 허탈감에 빠졌고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자영업자 9명이 단상에 올라 삭발식에 참여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자영업자들은 연단에 올라 자유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손실보상 100프로 지급'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 중간중간 수시로 구호를 외쳤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한다는 양희경 씨는 자유발언에서 "(호프집은)20여 년간 제 인생인데 2년만에 모든 걸 잃고 상처투성이 벌거숭이 모습으로 거리에 나왔다"며 "지금 제 손에 주어진 건 명도소송장, 압류독촉장, 체납고지서뿐"이라고 울먹였다.

단상에서 내려온 양씨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700일 넘는 시간 중 500일 가까이 영업 못했다. 30명 직원 중 8명만 남았고 집도 팔고 어머니집 전세금 까지 뺐지만 10억원이라는 매출기준 때문에 손실보상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직원 한 명 한 명 그만둘 때마다 정말 피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박준선 씨도 자유발언을 통해 "온 세상이 감염병 위기 속에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는데 왜 우리만 책임지고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는가"라며 "자영업자는 국가·지역 경제의 혈관이며 일자리 창출 요람이며 내수 경제의 핵심인데, 정부는 우리의 손실을 개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말도 안 되는 거짓이며 변명이며 핑계"라고 분노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수조원 이상의 재난지원금과 전 국민 지원금은 한 치의 오치도 없이 개량해서 정확하게 지원했느냐. 우리는 우리의 피해를 명확하게 산출할 수 있다"며 "정부가 다양한 통계조차 갖추지 못해 부족한 지원과 느슨한 손실보상을 실시한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우리의 희생에 대한 예우를 갖춰라"고 덧붙였다.

이날 코자총은 ▷영업시간 제한조치 철폐 ▷매출액 10억원 이상 자영업자 손실보상대상 포함 ▷손실보상 소급 적용·100% 보상 실현 ▷서울·지자체 별도 지원 방안 마련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업한 모든 업소 손실보상금 추가 적용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 이날 삭발식에서 자른 머리카락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이를 위해 이들은 정부에 손실보상을 촉구하기 위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 제기 의사를 밝혔다. 천상현 법무법인 황해 변호사는 "정부와 여야는 50조원, 100조원 운운하면서 보상하겠다고 하는데 단언하지만, 집합금지 집합제한으로 인해서 권리를 침해당하신 분들의 보상을 다 해도 그 돈으로는 모자란다"며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100% 승소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후 청와대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경찰의 인도로 1차선에서 행진한 이들은 세로로 된 피켓을 들고 "보상하라", "집합제한 해제하라"고 외쳤다. 행진을 하던 윤채원 씨는 "경기 용인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 코로나 이전엔 밤 12시까지 7시간 식당하다 영업이 어려워지자 오전 11시부터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숍 앤 숍 형식'으로 핫도그까지 여러 음식을 팔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매출만 늘었을 뿐 순이익은 늘지 않고, 배달 때문에 수수료를 주다 보니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면서 "통장 잔고가 없어 차까지 팔고 여기저기 대출을 냈다. 지금은 억 단위의 빚을 지고 엉망진창이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측에 삭발한 머리카락을 전달한 뒤 90분 만인 오후 3시30분께 자진 해산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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