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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검찰권력 복원에 방점 찍힌 윤석열표 사법개혁 공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4일 사법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법원, 법무·검찰, 공수처·경찰, 국민 권리구제와 관련한 11가지 공약인데, 검찰권력 복원과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공약이 네 가지나 된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 예산에서 분리해 별도 편성하겠다고 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폐지도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제목은 사법 분야 공약인데 실제로는 검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과 예산편성권을 부여한 것은 막강한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총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거나 수사하지 않는 상황을 통제할 방법이 사라진다. 검찰 제 식구 감싸기가 심할 때, 사건 처리 과정에 국민적 의혹이 있을 때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수 있는 통제 장치가 없다면 검찰 독주를 막을 수 없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권과 검찰이 한몸으로 움직이면서 공개적 수사지휘가 필요 없었다. 검찰 권력 견제에 나선 노무현 정부 때도 천정배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게 유일했다.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정도로 문민 통제가 남용되지 않은 것이다.

윤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악용되는 수가 많다”며 “악용될 기회를 차단해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세 차례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서 남용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사실이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 수사에 수사지휘권을 쓰면서 극렬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추 장관의 경도된 수사지휘권 행사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 그러나 특정 권한 행사가 잘못됐다고 제도 자체를 들어내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것도 윤 후보 본인의 특수 사례를 일반화해 제도 개선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객관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가뜩이나 윤 후보는 ‘전 정권 적폐수사’ 언급으로 정치 보복 프레임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권력 강화 또는 복원은 적폐수사를 명분으로 한 정치보복의 수순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분명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사·기소권 분리, 공수처 등 검사들의 오만과 독선, 권력과의 유착, 내 식구 감싸기에 대한 성찰로 만들어진 검찰권력 견제장치들에 겸허해야 할 시점이다. 제도를 정상화한다 해도 검찰총장 출신의 유력 대선후보가 나서는 것은 편향성 시비를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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