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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입자 퇴거 통보, 문자와 전화 무엇이 낫나요?”…법 때문에 더 각박해진 임대차시장 [부동산360]
집주인, “모든 의사소통 추후 분쟁시 증거로 쓰게 기록해야”
세입자, “이렇게까지 안 해도 나갈건데…집없어 서러워”
공인중개사, “우리도 중간서 욕받이…임대차3법 모두 패자”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저희 집 임차인이 6년째 거주하고 있는데 전세 시세보다 3억원이나 낮은 상황입니다. 이번에 합의해서 보증금 3000만원만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기존 보증금 자체가 적다 보니 이만큼만 올려도 인상폭이 5%가 넘습니다. 혹시라도 구청에서 5% 넘게 올렸다고 단속이 나올까 무서운데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탈이 없을까요. 임대인과 임차인이 동일하니 전월세상한제 적용받을것 같아서요.”(임대인 A씨)

전월세상한제를 비롯한 임대차3법 영향으로 주택계약의 모든 부분을 문서, 기록으로 철저하게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세입자에게 보낼 퇴거 알림문자 문구 좀 고민해주세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는 상황이다.

A씨의 사례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증금 인상폭에 대해 합의했는데도 전월세 인상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에 걸릴까 마음을 졸이는 일이 빈번하게 목격된다. A씨는 “계약갱신권을 쓰지 않고 새롭게 계약서를 쓰자니 그러면 임차인에게 새로운 계약갱신권이 생겨 또다시 4년이 묶이는 문제가 생긴다”고 고민했다.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려고 할 때 통보 수단으로 ‘전화’와 ‘문자’ 중 무엇이 더 좋으냐는 질문도 단골이다. 문자로 남기면 대답을 안 할 수도 있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전화가 낫다는 의견이 있고, 반대로 문자는 기록으로 남겨서 추후 분쟁 발생 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권하는 쪽도 있다. 문자 내용에 출퇴근거리 단축, 아이 학교 문제 등 집주인이 실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포함하면 세입자가 순순히 응한다는 ‘꿀팁’도 전수되고 있다.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통보 문자를 받은 세입자 B씨는 “2년 동안 전세 시세가 많이 올라서 저렴한 가격에 들어온 저한테 분명 나가라고 할 줄 알았다”면서 “집주인이 보낸 문자를 보니 본인의 집과 직장 출퇴근거리가 멀어서 힘들다거나 개인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잔뜩 쓴 걸 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웃픈(웃기고 슬픈)’ 생각도 잠시 들었다”고 전했다.

세입자가 이사 갈 집을 구했는데 만기날짜와 3개월가량이 벌어지는 경우 새로 계약서를 쓰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3개월 더 월세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묵시적 연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고액 월세계약서를 작성하라는 팁이 돌아다닌다. 예컨대 해당 주택의 월세 시세가 100만원이라면 ‘월세 200만원, 초기 3개월만 100만원 면제’라는 일종의 안전장치 문구를 넣어 새 계약서를 쓰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3개월 뒤부터 1일 경과 시마다 위약벌 금액을 물어야 한다’는 문구까지 포함하면 걱정 없을 것이라는 각박한 조언이 넘쳐난다.

관악구의 C공인 대표는 “워낙 세상이 삭막해지다보 니 세입자분 중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한 분은 서러워서 살겠냐며 대출 끌어모아서 결국 그 동네 집을 사더라”고 밝혔다. 또 “집주인들은 내 집, 내 재산 갖고 있는데 세입자 눈치, 정부 눈치까지 봐야 해 힘들어한다”면서 “저희도 중간에서 욕 먹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임대차3법으로 인한 위너(winner)는 아무도 없는 듯싶다”고 덧붙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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