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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尹후보 ‘文정부 적폐수사’, 정치보복 망령 불러올 우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前) 정권 적폐청산’ 발언이 논란이다. 윤 후보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서 하는 건 보복인가”라며 “(적폐 수사는) 당연히 한다”고 말했다.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서’ 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달긴 했다. 윤 후보는 또 검찰총장 시절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거의 독립운동처럼 (정권수사를) 해온 사람이라며 중용할 뜻을 비쳤다. 그러자 청와대는 ”매우 불쾌하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에 국힘의힘은 ”도둑이 제발 저린 거 아니냐“고 응수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윤 후보는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유력 대선후보가 정치보복의 망령을 불러올 ‘전 정권 적폐수사’를 벌써 입에 올리고, 수사의 주역으로 최측근을 거론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우리 국민은 노무현의 극단적 선택과 여든이 넘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감을 목도하면서 정치보복의 트라우마를 앓았다. 유력 대선후보인 윤 후보가 전 정권 수사를 입에 담는 것은 국민적 트라우마를 덧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임기 말임에도 40%를 넘나들고 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이들을 자극할 수 있다.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현 정부·여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반쪽짜리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선서에서 국민에게 다짐하는 ‘모두의 대통령’은 공염불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적폐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혁명’이 사법적 단죄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에 당시 검사 윤석열이 헌신한 게 아닌가. 이제 와서 문 정부의 정치 보복성 수사라고 한다면 여기에 복무한 윤 후보는 뭐가 되는가. 정권교체 구도가 우세한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낸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표변하는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당선 후 합법적 적폐수사를 한다 해도 최측근에게 맡길 일은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뽑아야 한다면서 자신과 특수관계인 사람을 중용한다면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것은 통합과 포용으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대선후보라면 진영 갈등을 부추길 망국적 정치보복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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