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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안의 본질과는 한참 거리 먼 김혜경 씨 사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과잉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했다. 공직자 배우자로서 매사 조심하고, 공과 사 구분이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그 요지다. 김씨는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특히 제보자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지난 2일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다 급기야 이 후보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자 사과회견을 자청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관련 의혹이 해소될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때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이었던 A씨는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 씨의 지시에 따라 사실상 이 후보 가정의 집사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맡은 일의 90%가 김씨와 관련한 자질구레한 일이라고 했다. 김씨 약 대리처방을 비롯해 쇠고기초밥 등 음식배달은 물론 심지어 옷장과 냉장고 정리까지 해줬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때 조달된 음식들은 이른바 ‘카드 바꿔치기’ 수법으로 경기도청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더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과 사실관계 확인은 일절 없었으니 알맹이 없는 사과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김씨는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루뭉술한 사과는 당장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 내용적으로는 지난 2일 사과문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무원을 하인처럼 부리고, 공금을 개인 식비 등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그랬다면 직권남용이고 공금 횡령이다. 게다가 집안살림살이와 관계되는 일을 주부인 김씨가 몰랐다는 해명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인카드로 음식을 사서 배달하고, 자신의 집에 들어와 냉장고와 옷장 정리까지 해줬다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단호히 ‘노’라고 밝히고 당당하게 대응하면 그만이다. 수사나 감사 결과를 지켜볼 것도 없는 일이 아닌가.

사과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씨의 사과는 ‘위기 정면 돌파’를 늘 내세우는 이재명 후보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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