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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저출산대책처럼 헛돈 우려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정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등에 관한 기준’ 제정안을 만들어 9일 고시했다. 올해부터 10년간 해마다 정부 출연금 1조원씩을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키로 한 지방소멸 위기대책의 실행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연평균 인구증감률과 청년순이동률, 재정자립도 등 8개 지표로 산정한 ‘인구감소지수’를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올해 지원금 대부분은 이 지자체들과 관할 광역 시·도에 돌아간다. 이번에 제시된 기준에는 광역 시·도(25%)와 기초 시군구(75%)의 배분비율, 기금관리조합의 운용,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사무 위탁 등 복잡한 내용이 많지만 주요 골자는 특별기구 심의, 차등 지원 두 가지다. 창의적인 인구감소 대응 해법을 낸 지자체에 더 많은 기금을 나눠주되, 기금심의위원회의 협의·자문을 거쳐 최종 배분금액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해줄 테니 구체적인 청사진은 지자체의 몫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올해와 내년 2개 회계연도 사업에 대한 투자계획을 수립해 5월까지 제출하면 평가 및 협의·자문을 거쳐 8월 내 배분금액이 확정된다.

지역 주도의 상향식 인구활력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원칙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안 그래도 열악한 해당 지자체에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구감소 지자체를 무능하다고 비하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근본이 수도권 집중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료·쇼핑·문화 인프라는 물론이고 취업 여건까지 우월한 게 수도권이다. 소멸위기에 이른 지방인구 감소 문제는 ‘수도권 집중’의 다른 말일 뿐이다.

근본원인에 대한 처방 없이 지역적인 해결책만 찾다보면 한계는 분명하다. 출산장려금이나 귀농·귀촌 지원, 특산품 공단 등 늘 보았고 효과도 크지 않은 대책들만 난무할 게 뻔하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들이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만한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컨설팅을 지원하겠다지만 그런 참신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과연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교육 특화, 의료간병 특화 등 지역 특성과 정주여건까지 모두 갖춘 획기적 대책이 마련되려면 그에 걸맞은 범부처적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만들어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 및 규제 혁파 등 인구감소 대응에 나서겠다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이미 10여개 이상 발의된 지방소멸대응 관련법안들도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는 건 없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지방소멸기금은 해마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악화 일로인 저출산대책과 같은 또 다른 실패 사례가 될까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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