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우크라이나 ‘핀란드화’ 해법 급부상…화두 던진 마크롱은 발뺌
마크롱 하루만에 발언 부인…NYT "우크라·서방, 수용 어려울 것"
2014년 러의 크림반도 점령 때도 우크라이나 중립화 카드 거론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지역에서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의 계속된 갈등을 걷어낼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가 부상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핀란드화'하는 것이 긴장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화란 서방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소련의 대외정책을 추종한 사례를 가리키는 용어다.

1948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엄격한 중립을 표방한 핀란드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처럼 소련의 침략을 받지는 않았으나 그 대신 러시아가 자국의 내정과 외교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해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만나서는 ‘핀란드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사를 자처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하지만 '핀란드화'는 이미 우크라이나 위기를 풀 해법으로 외교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반러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점점 더 서방과 가까워지고 있다. 서방의 집단 안보체제인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 친서방 세력의 목표다.

이는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고,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의 반발을 사 내부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인근 국가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담은 안전보장 협정을 최근 미국과 나토 측에 요구하고, 우크라 접경 지대에 13만명에 이르는 병력을 배치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화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우크라이나나 나토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양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안나 비슬란더 대서양국장은 "이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가 열망해 온 것과는 어긋나는 것"이라며 "(핀란드화는)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는 장기적인 정치적 목표에서 크게 선회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리처드 휘트먼 연구원도 마크롱 대통령이 꺼낸 방안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각 나라는 자국의 동맹을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온 바 있다.

한편, 앞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해 국제 질서가 요동치던 2014년 사태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핀란드화를 제안한 바 있다.

키신저 장관은 당시 언론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으려면 어느 쪽에 붙어서 상대를 향한 교두보가 되기보다는 양측을 연결하는 다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확실한 독립국가로서 서방과 협력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적대 관계는 조심스럽게 피하고 있는 핀란드를 본뜨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